MBC‘미디어법 때리기’ 총공세

  • 입력 2009년 1월 3일 02시 57분


MBC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가 지난해 12월 24일 ‘방송법 저지 총력’이라는 제목의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총파업 예고 뉴스를 전하고 있다. MBC 뉴스 화면 캡처
MBC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가 지난해 12월 24일 ‘방송법 저지 총력’이라는 제목의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총파업 예고 뉴스를 전하고 있다. MBC 뉴스 화면 캡처
앵커도 뉴스서 버젓이 “파업지지”

“개편땐 쓰레기방송 된다” 잘못된 주장 남발

“파업 동참해 뉴스진행 못한다” 정당성 부각

보름간 32건 보도… 전문가들 “시대착오적”

MBC가 국회에 발의된 미디어 관계법 개정안을 반대하기 위해 사실상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MBC의 정체성 확립을 요구한 이후 MBC ‘뉴스데스크’는 신문 방송 겸영 등을 포함한 미디어 관계법을 반대하는 기사를 2일까지 보름간 모두 32건을 내보냈다. 시사 프로그램 ‘뉴스후’(12월 20일)와 ‘시사매거진 2580’(12월 21, 28일)에서도 유사한 내용을 방영했다.

이들 프로그램은 대부분 “방송법 개정이 방송 장악 음모이며 재벌과 보수신문에 방송을 넘기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뉴스데스크의 앵커들도 마무리 발언에서 “(MBC 노조의) 파업에 참여한다”며 파업을 공개 지지했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MBC 파업은 불법이며 밥그릇 지키기”라고 지적했다.

▽뉴스에서 타 방송사의 연대 유도=언론노조가 지난해 12월 26일 파업을 시작했으나 MBC만 전면파업에 들어갔을 뿐 KBS 노조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강동구 KBS 노조위원장은 2일 “파업은 시간상 당장 불가능하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위원장에게 대응 방침을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SBS 관계자는 “부분파업 형태로 참여하고 있으나 전면파업에는 내부적으로 부담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방송사들도 전면파업에는 들어가지 않고 있다.

MBC는 1일 뉴스데스크에서 KBS와 관련 있는 한나라당의 ‘공영방송법 추진’을 비난하며 KBS도 같은 처지라는 점을 내세웠으나 사장 선임 방식 등에 대한 보도가 일방적이었다.

MBC는 이날 공영방송 사장을 뽑는 경영위원회 위원 5명 중 대통령과 여당 위원 추천 인사가 3명이라며 공영방송을 정부 여당이 통제하려 한다고 했다. 하지만 KBS 이사회의 임명 제청으로 대통령이 사장을 임명하는 현 방식이 경영위원회 방식보다 정부의 입김에 더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은 누락했다. 공영방송법이 시행되면 KBS 2TV가 민영화된다고 했으나 한나라당 안은 KBS의 모든 채널과 EBS를 공영방송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심석태 SBS 노조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방송 개편이 현실화되면 지상파도 유료 방송처럼 선정적이고 과도하게 상업적인 방송의 쓰레기가 된다”고 했다. 하지만 MBC가 지난 3년간 받은 심의 제재 건수는 162건으로, 9개 케이블 채널을 가진 CJ미디어의 118건보다 많았다.

▽앵커도 방송에서 파업 지지=지난해 12월 27일 뉴스데스크에서 김세용 앵커는 “저와 함께 뉴스를 진행하는 손정은 앵커는 총파업에 동참하느라 자리를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에게 죄송하다는 손정은 앵커의 말을 대신 전해드립니다”라고 말했다. 파업 전날인 25일 박혜진 앵커는 “조합원인 저는 방송법 강행처리 반대 파업에 동참해 당분간 뉴스에서 여러분을 뵐 수 없게 됐다”고 알리기도 했다. 26일에는 신 앵커가 “총파업에 참여하는 일도 힘들고, 조금 나이 든 기자들이 뉴스를 만들기도 쉽지는 않습니다. 힘닿는 대로 기록하고 더 잘하겠습니다”라며 파업의 정당성을 부각시켰다.

▽MBC의 KBS 때리기=신경민 앵커는 1일 뉴스데스크에서 “이번 보신각 제야의 종 분위기는 예년과 달랐습니다. 각종 구호에 1만여 경찰이 막아섰고요. 소란과 소음을 지워버린 중계방송이 있었습니다”라고 전했다. KBS가 보신각 타종 행사를 방송하면서 당시 주변 시위대로 인한 소음을 내보내지 않았다고 비난한 것이다.

KBS는 2일 반박 자료를 내고 “타종식을 매개로 한 음악 공연 축제가 기획돼 시위대의 구호 소리 등이 방송의 주된 내용이 아니었다”며 “(시위대의 소리를 넣으면) 보신각 현장의 음향을 방송하기가 불가능해 효과음을 섞어 사용했던 것으로 대규모 공개 방송 제작 시 흔한 일”이라고 맞섰다.

▽시민단체 지적=미디어발전국민연합(공동대표 변희재)은 2일 성명에서 “MBC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민 갈등 조장, 비판 언론에 대한 보복 등 국민의 전파를 사적으로 이용할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공동대표 이민웅)는 1일 성명을 내고 “신문과 방송의 벽을 허무는 디지털 미디어 융합은 선택이 아니라 당위이고 법 개정 자체를 봉쇄하려는 시도는 MBC 등 지상파의 기득권을 수호하려는 시대착오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동아닷컴 백완종 기자


▲ 동아닷컴 정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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