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조각 같고, 조각은 그림 같고

  • 입력 2008년 12월 23일 03시 07분


‘입체적 회화’ 심수구 - ‘회화적 조각’ 박선기 개인전

분명 조각은 조각인데 회화적이다. 회화라고 하는데 매우 입체적이다. ‘입체적 회화’를 선보여온 심수구(59) 씨와 ‘회화적 조각’으로 알려진 박선기(42) 씨가 각기 개인전을 열고 있다.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들의 신작을 만날 기회다.

▽심수구 전=마치 4m가 넘는 거대한 책을 펼쳐놓은 듯하다. 쓸모없이 버려지는 복숭아와 사과 등 과일나무의 잔가지를 촘촘히 이어 붙인 작품 위에 문자 같은 형상이 어른거린다. 나뭇가지를 빽빽하게 붙인 뒤 그라인더로 갈아낸 작품에선 산수 이미지가 드러난다.

회화로 출발한 심수구 씨의 ‘바람의 경치’ 시리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자잘한 나뭇가지를 이용한 ‘입체적 회화’를 시도한 그는 자연의 소재를 활용해 디지털문명에 대한 조용한 저항을 드러낸다. “하잘것없이 땅에 굴러다니는 작은 나무토막들, 불쏘시개로나 쓰이는 나뭇가지를 잘라서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 비록 느리고 무겁게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것이 우리의 고향이고, 마음이고, 진정한 삶 아니겠는가.”

전시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창성동 갤러리 쿤스트독. 02-722-8897

▽박선기 전=전시장 바닥에 여행가방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숯으로 만든 것처럼 보이는 검은 가방은 신기하게도 보는 각도에 따라 형태가 다르게 보인다. 앞에서 보면 보통 가방인데 측면에서 보면 납작하게 보인다.

중앙대에서 조각을 전공한 박선기 씨의 ‘시점 (Point of View)’시리즈의 신작이다. 숯을 투명한 낚싯줄에 매달아 건축적 공간을 구성하는 작업으로 유명한 그는 착시효과를 극대화한 회화적 조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서로 다른 시점을 한 작품에서 보여주는 ‘시점’ 시리즈는 입체를 표현한 정물임에도 회화적 특성에 근접해 있다. 일상을 재구성해 새롭게 보게 해주는 작업이다.

2006년 김종영 조각상을 수상한 기념으로 여는 작품전이다. 내년 2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 02-3217-6484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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