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당신의 삶을 바꾸고 싶다면…‘시간의 황금률’지켜라

  • 입력 2008년 11월 15일 03시 00분


◇ 타임 패러독스/필립 짐바르도, 존 보이드 지음·오정아 옮김/468쪽·2만3000원·미디어윌

“1960년 4월 16일 오후 3시 1분 전, 당신은 나와 함께했어. 난 기억할 거야. 이제 우리는 1분의 친구지. 이건 지울 수 없는 사실이야. 이미 과거가 되었거든.”(영화 ‘아비정전’ 중에서)

모든 것은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오직 변한다는 사실뿐.”(헤라클레이토스) 과학적으론 인간에게 현재도 ‘과거’다. 자극에 반응하는 데 대략 0.5초가 걸리기 때문이다. 모든 게 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간’은 계속해서 지나간다.

‘타임 패러독스’는 이 시간에 관한 책이다. 물론 시간이 인간만의 것은 아니다. 칼 세이건의 우주력(cosmic calendar)에 따르면, 우주의 생멸을 1년으로 볼 때 인간의 첫 번째 조상은 12월 31일 오후 10시 반경에 등장했으니. 하지만 개인에게 시간은, 길고 짧음의 차이는 있지만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가 주어진 모든 시간이다. 이 책은 이런 인간의 입장에서 시간을 인식하는 방식에 대한 고찰을 담았다.

주 저자는 1971년 세계 심리학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스탠퍼드 감옥실험’을 했던 필립 짐바르도 스탠퍼드대 명예교수. 젊고 건전한 대학생들이 죄수와 교도관 역할을 맡은 지 며칠 만에 실제 상황인 것처럼 의식과 행동이 변화했던 이 실험은 ‘루시퍼 이펙트’라는 책으로 지난해 국내에 소개됐다. 짐바르도 교수는 30년 넘게 인간이 시간을 대하는 심리에 주목해왔으며,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책에 따르면 시간은 크게 과거 현재 미래로 나뉘지만 인간의 시간관(觀)은 6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과거 긍정적, 과거 부정적 △현재 숙명론적, 현재 쾌락적 △미래지향적, 초월적 미래지향적 등.

실제 시간과 시간 인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과거를 예로 들어보자. 인간의 기억은 사실 자체도 바꿀 수 있다. 한 실험에서 자동차 두 대가 충돌하는 영상을 보여줬다. 한 집단엔 ‘들이받았을 때’, 다른 집단엔 ‘닿았을 때’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앞 그룹은 영상에 나오지도 않은 차 유리 파편을 봤다고 기억했다. 다시 말해 과거를 어떤 프리즘으로 보는가에 따라 힘든 역경도 소중한 추억으로, 좋은 기억도 우울하게 반추할 수 있다.

자살테러의 원인도 시간관으로 설명할 수 있다. 목숨을 던진 이들은 예상과 달리 중산층 이상의 집안 출신으로 대학을 다녔고 현실에 대한 불만도 적은 젊은이가 많았다. 하지만 이들은 ‘초월적 미래지향적 시간관’이 강했다.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으로 인해 자살테러를 ‘천국행 급행열차’로 본 것이다. 저자는 이들에게 현생 미래를 설계하는 미래지향적 시간관과 지금을 즐길 줄 아는 현재 쾌락적 시간관을 심어줘야 자살테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여섯 가지 시간관은 장단점이 있다. 미래지향적인 이들은 건실하지만 자주 현재의 소중함을 놓친다. 이 때문에 다양한 시간관을 조화시키는 구성이 필요하다. ‘강한 과거긍정적, 비교적 강한 미래지향적, 비교적 강한 현재쾌락적 시간관’이 잘 버무려질 때 시간을 잘 활용하는 방식을 터득하게 된다.

저자는 그 출발로 “남에게 바라는 방식대로 자신의 시간을 쓰라”는 ‘시간의 황금률’을 명심하라고 주문한다. 충실한 내용에 비해 결론이 평범하긴 하지만, 스스로 시간을 다루는 주체가 되라는 조언은 새겨들을 만하다. 원제 ‘Time Paradox: The new psychology of time that will change your life’(2008년).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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