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시각으로 ‘렌즈에 담은 6·25’

  • 입력 2008년 6월 23일 02시 57분


다부동전투 취재하는 처칠 아들 6·25전쟁 종군기자로 1950년 7월 낙동강 전선 다부동전투를 취재하고 있는 랜돌프 처칠 기자.
다부동전투 취재하는 처칠 아들 6·25전쟁 종군기자로 1950년 7월 낙동강 전선 다부동전투를 취재하고 있는 랜돌프 처칠 기자.
중앙청 수복 순간 1950년 9월 27일 서울 중앙청으로 진입하는 국군 해병대. 서울 수복을 상징하는 사진은 9월 28일 중앙청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장면인데 이는 의식(儀式)의 일환으로 연출된 것이다. 그 전날인 27일에 찍은 이 사진은 실제 중앙청을 되찾는 순간을 기록했다. 사진 제공 눈빛
중앙청 수복 순간 1950년 9월 27일 서울 중앙청으로 진입하는 국군 해병대. 서울 수복을 상징하는 사진은 9월 28일 중앙청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장면인데 이는 의식(儀式)의 일환으로 연출된 것이다. 그 전날인 27일에 찍은 이 사진은 실제 중앙청을 되찾는 순간을 기록했다. 사진 제공 눈빛
‘종군기자 처칠 아들’ 등 150점 생생

국방부 정훈국 사진대 소속 장교로 6·25전쟁이 발발한 날부터 전선을 누비며 전쟁 상황을 렌즈에 담은 임인식(작고) 대위의 사진집 ‘우리가 본 한국전쟁’(눈빛)이 최근 발간됐다.

종군기자로 한국에 온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아들 랜돌프 처칠 기자, 인천상륙작전을 앞두고 한국 해병대의 함상 작전회의, 서울 수복 당시의 시가전 장면 등 150여 점이 수록됐다.

최인진 한국사진사연구소장은 “임 대위의 사진은 우리 시각에서 전쟁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고 1950년 6월 28일 한강철교가 불에 타는 장면 등은 유엔군을 따라 외국 종군기자들이 오기 전 상황이어서 사료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함께 수록된 종군일기에서 임 대위는 처칠 기자와의 만남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처칠 기자는 1950년 8월 23일 경북 왜관에서 북한군 진지를 취재하러 갔다가 왼쪽 다리에 총탄을 맞았다. 임 대위는 “그가 영국으로 귀국한 뒤 부상 후유증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안타까웠다”고 적었다.

임 대위가 1950년 7월 10일 충남 전의(연기군)에서 촬영한 총살된 미군 시신의 모습은 AP통신을 타고 전 세계에 알려졌다. 미국 여성 어니스트 심스 씨는 신문에서 이 사진을 보고 “내 아들의 뒷모습과 닮아 이 사진을 붙들고 울었다. 사진을 찍을 당시의 상황을 알려 주면 고맙겠다”는 편지를 임 대위에게 보내오기도 했다.

고인의 아들 정의 씨는 “전쟁에 관한 아버지의 사진집을 좀 더 일찍 내고 싶었지만 지난 10년 정권의 특성상 오해를 살 것 같아 출간을 미뤘다”면서 “요즘 세대가 전쟁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이 사진집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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