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6개월만에 법회 “대운하는 생명을 파괴하는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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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년 4월 21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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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가을 법회 이후 은거해 온 법정(사진) 스님이 오랜만에 불자들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법정 스님은 2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에서 봄 정기 법회를 열었다. 법회엔 1000여 명의 불자가 참석했다.
법정 스님은 밝고 건강한 표정이었다. 예불이 끝나고 법문이 시작될 즈음, 스님의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자 스님은 허허 웃으며 “촬영 먼저 하세요. 저도 인심이 후해졌습니다”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고 이구동성으로 “전엔 엄격하셨는데 많이 부드러워지신 것 같다”고 화답했다.
법정 스님은 “70년 몸을 이끌고 다니다 보니 부품을 고치느라 이곳을 여러 차례 비웠다”면서 “살아 있음은 기적이고 축복”이라고 인사말을 대신했다.
부드럽게 법회를 시작한 법정 스님은 대운하 건설 계획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반도 대운하는 이 땅의 생명을 파괴하는 재앙입니다. 우리 국토는 오랜 역사 속에서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영혼이고 살이고 뼈입니다. 후손에 물려줄 신성한 대상입니다. 대운하는 역사와 조상과 생명에 대한 모독입니다.”
법정 스님은 법회에서 병을 앓고 난 뒤의 느낌도 전했다. 앓고 나니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절감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중함과 고마움을 느끼기 위해선 마음을 제대로 쓰는 ‘용심(用心)’을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음을 열고 후회 없이 긍정적으로 살아야 합니다. 어려움 없는 사람, 어려움 없는 집안이 어디 있겠습니까. 밝고 열린 마음으로 어려움을 회피하지 말고 받아들이면서 사세요. 예불도 독경도 모두 마음을 바로 쓰기 위한 것입니다.”
법문 시작 전 스님에게 “그동안 강원도 어디에 계셨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한 스님의 대답. 무소유의 철학이었다.
“어디에 있었는가가 무슨 의미인가요. 오늘은 이곳, 내일은 저곳, 떠나며 사는 것이죠. 집도 그렇고 몸도 그렇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나오는 길, 길상사 일주문 앞에 스님의 글이 붙어 있었다.
‘어디에 인간의 진정한 행복과 삶의 가치가 있는지 곰곰이 헤아려 보아야 한다. …그런데 행복해질 수 있는 그 가슴을 우리는 잃어가고 있다.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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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 : 변영욱 기자



▲ 촬영 : 변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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