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라자로 마을’ 지킴이 김화태 원장신부-이종덕 후원회장
잔뜩 물이 오른 나무 사이를 걷던 김화태(58) 원장신부와 ‘라자로돕기회’ 이종덕(73·성남아트센터 사장) 회장이 초대 겸 7대 원장으로 20년가량 재직하며 성 라자로 마을의 발전 토대를 닦은 고(故) 이경재 신부의 흉상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이 회장은 “이경재 신부님이 선종(善終)하신 지 벌써 10년이 흘렀네요. 5월 11일에는 그분이 묻혀 있는 미리내 성지에서 10주기 추도식을 갖습니다. 일주일 뒤인 5월 18일에 열리는 제26회 자선음악회 ‘그대 있음에’ 때는 그분 생각이 더 간절해질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또 “저는 1974년부터 라자로 마을과 인연을 맺기 시작해 라자로돕기회 심부름꾼인 운영위원장을 20년가량 했고, 올 1월 27일 봉두완(방송인) 선배의 뒤를 이어 회장의 직책을 맡았습니다. 30년이 넘는 인연이지요. 이경재 신부님한테 칭찬보다는 꾸중을 많이 들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분이 그리워집니다. 국내외를 망라한 모금활동 등 참 많은 일을 하셨지요.”
카리스마 넘치는 국제 신사였던 이경재 신부와는 달리 겸손하고 온화한 시골학교 교감 타입의 김화태 신부는 1998년 8월 원장에 취임해 10년째 재임하고 있다.
김 원장신부는 올해 성 라자로 마을의 생활표어를 ‘감사함을 찾아냅시다!’로 정해 실천해 오고 있다. 특히 4월 13일에는 1908년에 태어난 서금이(데레사) 할머니가 나환우로서는 드물게 백수(白壽)를 넘겨 100세 축하 미사와 생신 잔치를 열게 된 것을 경사로 꼽았다.
“정말 크고, 의미 깊고, 힘을 주는 행사지요. 나환우들도 이렇게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니까요. 아마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물 겁니다.”
현재 마을에는 네 쌍의 부부를 포함해 68명의 나환우가 살고 있다. 법무부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의 ‘탄력적 협조’로 외국인 근로자 출신 나환우 2명도 이곳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에만 고령으로 10명이 세상을 떠나는 등 해마다 식구들이 줄고 있다. 국내 9000명, 국외 2000명 등 1만1000여 명의 후원 회원이 월 2000원씩 회비를 내 이들을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