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돈된다 싶으면 한국인 몰려 가격 치솟죠”

  • 입력 2008년 3월 6일 03시 00분


■ 美서 ‘사춘기’ 판권 따낸 뮤지컬해븐 박용호 대표

지난해 국내 뮤지컬 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브로드웨이 최신 뮤지컬 ‘사춘기’가 마침내 국내에 들어온다.

박용호(40·사진) 뮤지컬해븐 대표는 5일 “최근 미국에서 ‘사춘기’ 프로듀서들과 라이선스 판권 계약을 끝냈다”며 “CJ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하반기 오디션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사춘기’를 미국 오리지널 스태프의 연출로 국내 무대에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뮤지컬해븐은 ‘사춘기’의 국내 판권을 6년간 확보했으며 ‘공연 첫 해는 최소 6개월(200회 이상) 공연 보장’ 등이 계약 조건이다.

박 대표는 “장기 공연할 수 있는 1000석 미만의 중극장을 찾고 있으며 두산아트센터연강홀과 CJ엔터테인먼트가 현재 대학로에 건립 추진 중인 극장 중 한 곳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춘기’는 1891년 독일 작가 프랑크 베데킨트의 희곡이 원작으로 10대 중반 청소년들의 성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 콘서트 형식을 결합한 독특한 연출과 얼터너티브 록 음악, 파격적인 무대의 성행위 묘사 등으로 중장년층 위주인 브로드웨이에서는 이례적으로 20대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인 흥행작이다. 지난해 작품상 연출상 등 토니상 8개 부문을 휩쓸자 국내 뮤지컬 업계에서는 ‘사춘기’ 수입을 놓고 과열 경쟁을 벌였고, 개런티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사춘기’는 2006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린 직후부터 일찌감치 점 찍었던 작품이죠. 그때부터 계약을 위해 접촉을 시도했는데 당시 제가 처음 제시했던 조건은 로열티 10%에 선지급금(공연 전 미리 지급하는 일종의 계약금으로 공연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돌려받지 못하는 돈)은 10만 달러가 채 안됐죠.”

그러나 브로드웨이 진출과 토니상 수상 이후 ‘사춘기’의 가격은 치솟기 시작했다. 뮤지컬 제작사와 콘서트 기획사 등 국내 10개 업체가 달려들면서 10만 달러 선에서 얘기되던 선지급금은 한 달 사이 100만 달러까지 뛰어올랐다. 나중에는 125만 달러를 제시한 곳도 있었다는 것. 로열티도 14∼15%에서 20%까지 뛰었다.

“한국 사람끼리 가격 올리기 경쟁을 하는 게 창피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죠. 심지어 거의 가계약 단계까지 간 상태였는데 국내 제작자들은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더 높은 가격을 불러 결국 개런티만 올려놨죠.”

‘사춘기’의 핵심 프로듀서이자 영화 ‘아마데우스’의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 톰 헐스는 결국 ‘올챙이시절’(오프브로드웨이 시절)부터 일찌감치 관심을 가져온 박 대표를 택했다.

그는 최종 계약 조건에 대해서는 “비공개가 원칙”이라면서 “그래도 최고가의 70% 선에서 계약했다”고 밝혔다. 비보도를 전제로 그가 밝힌 로열티는 다른 대형 뮤지컬보다 낮은 편이다. 그는 “브로드웨이 프로듀서들은 꼭 최고가를 부른다고 계약을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협상 비결요? 제 원칙은 간단합니다. 남들은 ‘숫자’를 말하지만 저는 일단 작품 얘기부터 하는 거죠. 작품에 관해서라면 신문기사부터 리뷰, 가십까지 모두 다 찾아 읽고 갑니다. 예술가들은 결국 자기 작품에 대해 애정을 갖는 사람에게 제일 호감을 갖기 마련이니까요.”

박 대표는 서울대 음대 성악과를 졸업한 후 삼성영상사업단과 신시뮤지컬 컴퍼니 본부장을 거쳐 4년 전 뮤지컬해븐을 차렸다. 이후 ‘김종욱찾기’ 등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 ‘쓰릴미’ ‘스위니토드’ ‘필로우맨’ 등 화제작을 잇달아 무대에 올렸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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