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27>非弓何以往矢, 非矢何以中的

  • 입력 2008년 1월 3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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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비)는 여기에서는 없다는 뜻으로 無(무)와 통한다. 흔히 아니다의 뜻으로 많이 쓰이며, 是非(시비)에서처럼 그른 것을 뜻하거나 非難(비난)에서처럼 꾸짖거나 책망한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何以(하이)는 무엇으로의 뜻이다. 경우에 따라서 왜 또는 어떻게의 의미가 될 수도 있다. 何(하)와 같이 의문을 나타내는 대명사는 관련되는 전치사나 타동사의 앞으로 위치를 옮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往(왕)은 가다의 뜻인데 여기서는 보내다의 뜻으로 쓰였다. 활을 발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矢(시)는 화살이다. 中(중)은 가운데를 맞히다, 즉 적중시키다의 의미이다. 的(적)은 과녁, 즉 활을 쏘는 標的(표적)이다. 的中(적중)은 과녁에 정확하게 맞다 또는 예측대로 꼭 들어 맞다의 뜻이다. 과녁인 的(적)은 선명하거나 확실하다는 뜻도 있으니, 的確(적확)은 확실하고 틀림없다는 뜻이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활이 좋아 화살이 필요 없다고 하였다. 다른 어떤 사람은 자신의 화살이 좋아 활이 필요 없다고 하였다. 그러자 예(예)가 위와 같이 말했다. 예(예)는 하늘에 열 개의 해가 나타나자 그 가운데 아홉 개를 쏘아 떨어뜨렸다는 전설 속의 인물로서, 흔히 명사수를 대표한다.

아무리 좋은 화살도 활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또 아무리 좋은 활도 화살이 없으면 쓸모가 없다. 활과 화살은 서로 도와야 목적한 바를 이루며 각기 그 존재가치를 발휘한다. 이처럼 서로 도와 함께 완전해지는 弓矢相成(궁시상성)의 이치는 곧바로 勞使(노사) 관계에 적용될 수 있다. 근로자나 사용자 그 어느 쪽도 유아독존을 외칠 수 없는 까닭이다. 또 정부와 민간의 관계, 제도와 인재의 관계 역시 다르지 않으리라. 宋(송)나라 때의 백과사전인 ‘太平御覽(태평어람)’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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