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자신의 활이 좋아 화살이 필요 없다고 하였다. 다른 어떤 사람은 자신의 화살이 좋아 활이 필요 없다고 하였다. 그러자 예(예)가 위와 같이 말했다. 예(예)는 하늘에 열 개의 해가 나타나자 그 가운데 아홉 개를 쏘아 떨어뜨렸다는 전설 속의 인물로서, 흔히 명사수를 대표한다.
아무리 좋은 화살도 활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또 아무리 좋은 활도 화살이 없으면 쓸모가 없다. 활과 화살은 서로 도와야 목적한 바를 이루며 각기 그 존재가치를 발휘한다. 이처럼 서로 도와 함께 완전해지는 弓矢相成(궁시상성)의 이치는 곧바로 勞使(노사) 관계에 적용될 수 있다. 근로자나 사용자 그 어느 쪽도 유아독존을 외칠 수 없는 까닭이다. 또 정부와 민간의 관계, 제도와 인재의 관계 역시 다르지 않으리라. 宋(송)나라 때의 백과사전인 ‘太平御覽(태평어람)’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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