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돌린 보수-진보, 공론의 場으로…

  • 입력 2007년 11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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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분열됐던 지식인 사회가 ‘공론의 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뉴라이트 계열의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세일)과 뉴레프트 계열의 좋은정책포럼(공동대표 임혁백 김형기)은 12월 3일 서울 중구 정동 배재학술지원센터 세미나실에서 대선 후보 사회정책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한다.

이념 성향이 다른 정책연구집단이 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두 단체는 한나라당, 대통합민주신당,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등 4개 정당의 교육·노동·복지 정책전문가를 초청해 공동 질의와 토론을 펼친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실종된 정책선거의 불씨를 되살리겠다는 취지로 좋은정책포럼에서 제안한 것을 한반도선진화재단에서 수락했다.

이뿐만 아니다. 12월 5일에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제안으로 7개 정책연구단체가 차기 정부의 국정 과제에 대한 종합 토론을 개최한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내 노동연구원에서 열리는 ‘신보수-신진보 진영 차기 정부 국정과제 대토론회’에 참여할 단체는 보수진영의 한반도선진화재단, 바른사회시민회의(공동대표 박효종), 뉴라이트싱크넷(섭외위원장 조성환)과 진보 진영의 좋은정책포럼, 코리아연구원(운영위원장 박순성), 복지국가소사이어티(공동대표 이태수) 등, 그리고 중도적인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상임대표 김영래) 등이다. 이들은 △경제개혁 △정부개혁 △교육개혁 △대북통일정책개혁 △지역발전정책개혁 △복지개혁 등 6대 국정 과제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놓고 정책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3일의 행사가 대선 후보의 정책평가 성격이 짙다면 5일 행사는 21세기 한국의 미래 발전전략을 놓고 그동안 반목과 갈등을 빚어 왔던 좌우 진영의 공통분모를 최대한 끌어내고 차이점에 대해선 선의의 경쟁을 펼치자는 신사협정의 성격이 강하다.

이에 대해 김형기 경북대 교수는 “지난 5년간 우리 사회는 대화 없이 대립만 펼쳤다. 이러다가는 공멸에 빠진다는 위기의식과 국가의 장기 전략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에서 정책토론이 실종된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는 데 한마음 한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박세일 서울대 교수는 “21세기 국가 전략을 놓고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 간에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이 70∼80%는 될 것”이라며 “나머지 20∼30%의 차이점을 놓고 진정한 정책 경쟁을 펼쳐 나가는 것이 진정 국가 발전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단체는 이런 상호 동반자 의식을 토대로 다른 분야에까지 정책토론을 확대해 가는 한편 이념과 역사 정립의 문제로도 주제를 심화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보수와 진보의 이런 ‘동거’ 움직임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보수 성향의 한국자유총연맹(총재 권정달)이 올해 7월 진보 성향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상임의장 정세현)와 공동 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10월에는 6·15남북공동선언실천 남측준비위원회(상임대표 백낙청)와도 공동 토론회를 열었다.

자유민주연구학회(회장 제성호)도 남남통합을 위한 좌우 대토론회를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마련하고 찬반 이분법의 구도 아래 ‘싸움 붙이기’로 일관하는 TV 토론회의 틀을 벗어나 ‘같음’을 최대한 넓히고 진정한 ‘다름’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펼쳤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자기 논리만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면 의외로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고 배우는 점도 많다는 평가를 들었다”며 “이제 대립을 위한 토론이 아니라 상생을 위한 토론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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