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마음을 다스리는 책]왜 버리니?

  • 입력 2007년 11월 1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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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지도를 받는 아이 중 하나가 공부 끝나고 필통을 놓고 갔다.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의 속상했던 마음을 떠올리며 하늘색 필통을 잘 보관해 두었다.》

며칠 뒤 필통을 돌려주려는데 잃어버렸던 필통을 돌려받은 아이는 별로 기뻐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나에게 필통을 다시 건네며 “선생님, 이제 이 필통 필요 없어요. 엄마가 새 필통 사 줬어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물건을 함부로 쓰는 아이들한테 왜 물건을 아껴 써야 하는지 일러주는 동화책이 있다. 권정생의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우리교육·초등1∼3년용)와 패트리샤 폴라코의 ‘할머니의 조각보’(미래M&B·초등 전학년용)이다.

‘또야…’의 주인공 또야는 엄마가 기워 준 바지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엉덩이 부분에 천을 덧대어 기운 바지를 입고 유치원에 가면 친구들이 놀릴 것 같아 걱정부터 앞선다.

그래서 또야는 엄마가 기워 준 바지를 안 입겠다고 떼를 쓴다. 엄마는 또야가 기운 바지를 입으면 산에 들에 꽃이 더 예쁘게 피어나고, 앞개울에 물고기가 더 많이 살고, 밤하늘에 별빛 달빛이 더 초롱초롱 빛난다고 얘기해 준다. 곰곰이 생각해 본 또야는 엄마가 기워 준 바지를 입고 유치원에 가기로 결심한다. 또야가 엉덩이를 내밀며 나무와 물고기들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아이한테 ‘또야…’를 읽어 주고 엄마 너구리가 또야한테 해 준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 “엄마가 기워 준 바지를 입지 않고 버렸다면 그 바지는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본다면 아이들이 환경 문제와 연관 지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할머니의 조각보는 물건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 주는 동화다. 안나 증조할머니와 칼 할머니, 엄마 메리엘렌, 그리고 주인공 패트리샤까지 4대에 걸쳐 함께 쓰게 되는 조각보의 이야기다. 증조할머니는 부모님을 따라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왔다. 몸이 자라서 전에 입던 옷과 유대인들이 머리에 쓰는 바부슈카가 작아지자 증조할머니의 어머니는 작아진 옷과 바부슈카, 그리고 친척들이 예전에 입던 옷과 앞치마를 이어서 조각보를 만든다. 멋지게 완성된 조각보는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식탁보가 되기도 하고, 신랑 신부를 씌워 주는 천막인 후파가 되기도 하고, 이불이 되기도 한다.

누구한테나 다 추억이 담긴 물건이 있다. 가족이나 친척한테 물려받은 물건이나 무서울 때 친구가 되어 주었던 인형, 좋아하는 옷이나 어릴 때 덮고 잤던 이불도 좋다. 아이들과 함께 추억이 담긴 물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물건이라는 게 꼭 값으로만 가치를 따질 수 없음을 알게 되고 손때 묻은 물건들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동화작가 김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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