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끌어온 블록버스터드라마 ‘太王四神記’ 신화 될까 신기루 될까

  • 입력 2007년 9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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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신화를 쏠까, 재앙이 될까. 기획을 포함해 제작 기간 3년, 총제작비 430억 원을 들인 블록버스터 드라마 ‘태왕사신기’(MBC 매주 수목 오후 9시 55분·연출 김종학, 극본 송지나)가 11일 첫선을 보인다. MBC는 방영 첫 주인 10일에는 제작 과정과 줄거리를 소개하는 특집을 방영한 데 이어 화, 수, 목요일 3일 연속 편성했다. 네 번의 방영 연기, 만화 ‘바람의 나라’ 표절 논란을 거쳤던 드라마의 첫 회는 환웅이 등장하는 신화시대에서 시작된다.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배용준)과 호족인 ‘가진’(문소리), 웅족인 ‘새오’(이지아)의 삼각관계 속에서 새오가 환웅의 도움으로 불을 다스리는 주작이 되고 하늘의 힘을 지닌 청룡 백호 현무와 함께 사신(四神)이 된다는 줄거리다. 6일 기자 시사회에서 미리 선보인 첫 회는 현란한 판타지 영상으로, 복잡한 인물 관계와 스토리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고구려 소수림왕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2회부터는 환웅이 환생한 담덕이 신물을 얻어 광개토대왕이 되는 줄거리가 내러티브 위주로 펼쳐진다. ‘태왕사신기’ 제작진이 내세우는 흥행 요소는 3가지로 △5년 만에 드라마 주연으로 복귀한 배용준 △국내 첫 판타지 사극 △현란한 컴퓨터그래픽(CG) 등이다. 시청자들은 이런 요소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배용준, TV 속으로… 컴백한 용사마 사극 캐릭터 살려낼까

배용준은 새오가 환생한 ‘수지니’(이지아)랑 저잣거리에서 노닥거리거나 헝클어진 머리로 땀을 흘리며 적에 맞서는 모습 등을 연기한다. 공항에서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던 ‘용사마’에 익숙한 팬들에게는 낯선 장면들이다.

팬들에게 배용준은 더 이상 드라마 ‘첫사랑’의 가난한 고시생도, ‘겨울연가’의 ‘준상이’도 아니다. 따라서 이 드라마의 성패는 배용준이 1인 기업으로 여겨지는 ‘용사마’의 이미지를 깨고 얼마나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다가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진(국문학) 충남대 교수는 “국내에서 드라마나 광고에도 자주 노출되지 않는 배용준은 한국에서 배우라기보다 스타, 사업가로서의 이미지가 도드라졌다”며 “막상 배우 배용준에 대한 기대치는 한국에서 높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배용준 카드가 드라마의 흥행을 보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판타지 사극, TV 속으로… 24부작 드라마서도 먹힐까

‘태왕사신기’는 교과서에 한 줄 정도로만 설명된 환웅과, 환웅의 호위무사인 사신(청룡 백호 주작 현무)이 처음으로 영상화되면서 국내 첫 판타지 사극을 표방하고 있다. ‘쥬신’이라는 생경한 종족이 등장하고 하늘의 신인 ‘환웅’이 광개토대왕으로 환생한다는 설정이 그것이다. 하지만 판타지라는 장르가 24부작 드라마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구현될지는 미지수.

한 문화평론가는 “판타지는 현실에서 벗어나 환상이 가미된다는 점에서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시청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며 “영화와 달리 24부작으로 나눠져 방영되는 드라마가 얼마나 관객을 판타지 속 상황에 몰입시킬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다모’에서 시작된 퓨전 사극이나 ‘주몽’ ‘연개소문’ 등 고대 사극에 식상한 시청자들이 ‘이산’ ‘왕과 나’ 등 조선시대의 정통 사극으로 돌아서는 요즘 추세와 어긋난다는 분석도 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판타지 요소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인 고민과 연결되는 고리가 없으면 허황된 판타지로만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MBC 정운현 드라마국장은 이에 대해 “앞부분은 판타지 요소가 많지만 대부분은 내러티브로 승부할 것”이라며 “초반에는 낯설고 어렵지만 결국 사극의 외연을 넓히는 진통 과정이다”라고 밝혔다.

화려한 비주얼, TV 속으로… 3000벌 의상의 비주얼 TV서 통할까

‘태왕사신기’는 전투복 등 촬영에 사용된 옷이 모두 3000여 벌로 이에 들어간 예산이 20여억 원에 이른다.

거대한 세트장과 CG를 결합한 배경도 볼거리. 청룡의 신물인 비늘이 아이의 가슴에 박히는 장면이나 ‘새오’가 붉은 봉황인 주작으로 변하며 나머지 삼신과 절벽에서 대결하는 장면은 영화의 스펙터클 같다. 제주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세트장은 2만7000m² 터에 130여억 원을 들였고, CG는 영화 ‘반지의 제왕’ 팀의 조언을 받아 국내 기술로 완성했다. 주병도 미술감독은 “동양적 판타지를 강조하기 위해 극중 같은 연대의 중국과 일본의 문양, 의상 디자인을 응용해 환상적 분위기를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웅장한 화면과 음향은 영화관 같은 시설을 갖춘 곳에서는 감동을 더하지만 일반 TV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그 효과가 얼마나 전달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선판매 300억… 일본 등 6개국에 수출계약▼

드라마 ‘태왕사신기’가 꺼져 가는 한류(韓流)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까?

‘태왕사신기’의 9월 초 방영이 결정된 7월 말, 주식시장에서 드라마 관련주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 콤비, 한류스타 배용준이 참가한 24부작 ‘태왕사신기’는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한류와 대중문화 산업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가늠자로 해석됐다.

성공할 경우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새로운 한류를 일으킬 수 있으나 실패한다면 국내 방송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산업 전체에 찬바람이 불 수 있다는 것이다. 6일 간담회에서 김 PD는 “애국심으로라도 많이 봐 달라”고 말했을 정도다.

지금까지 ‘태왕사신기’의 판권 수출이 체결된 나라는 일본 대만 태국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6개국. 김종학프로덕션 측은 “선(先)판매된 계약액은 총제작비(430억 원) 중 직접 제작비에 해당되는 300억∼350억 원 규모”라고 밝혔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일본은 NHK가 11월 NHK위성에서 방영할 예정이다.

편당 수출 가격은 기존 미니시리즈 드라마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05년 8월 초기 제작 단계에서 김종학프로덕션이 미국 배급사를 통해 아시아 유럽 등 세계 90여 개국에 판권 수출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것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태왕사신기가 한류 부활의 기폭제가 될 것인가’는 국내 흥행에서 결정된다고 말한다. 해외 프로그램 시장은 한국 방영 이후 평가를 바탕으로 DVD 캐릭터 등 2차 판권과 더불어 계약이 진행되기 때문에 국내 시청률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김종학프로덕션의 박창식 제작이사도 “러닝개런티로 계약을 상담하는 경우가 많아 9월 국내 시청률과 11월 일본 내 흥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화보]‘파격’ 배용준 3년 만에 베일 벗은 ‘태왕사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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