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얘기 같지만 최혜실(45·사진) 경희대 국문과 교수의 설명을 들으면 이해할 만하다. ‘다북쑥이나 한 전 베어뉘였더라면 밭마당귀에 모깃불이라도 놓고 나앉아 보련만’ 같은, 충청도 사투리를 그대로 옮긴 ‘우리 동네’의 몇 구절을 떠올려 보면 그렇다. 문학적 성과와는 별개로, 대부분의 인터넷소설도 구어(口語)를 거의 그대로 옮겨놓는다. 이문구 소설 특유의 구술성은 인터넷 글쓰기의 특징이기도 하다.
새 평론집 ‘문자문학에서 전자문화로’(한길사)에서 최혜실 교수는 우리 소설과 인터넷 말글이 ‘닮은꼴’이라고 말한다. 최 교수는 2000년 KAIST에서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라는 과목을 개설해,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광고 등 모든 콘텐츠에 적용되는 서사’로서의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라는 개념을 국내 처음으로 선보였다. 엄숙함과 경건함이 덧입혀진 한국문학과 가볍고 일회적인 인터넷 글쓰기가 비슷하다는 그의 주장은 도발적이다. 그렇지만 인터넷 시대에 블로그, 손수제작물(UCC)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문학에 대한 이런 분석은 의미 있다.
[도발성]
[가벼움]
[재조립]
“엄숙함 털고 주절거리듯…디지털시대 걸맞은 문제의식 짚어내야”
‘종이 소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최 교수는 오감을 자극하는 멀티미디어의 특성상 ‘인터넷인데 글자만 나오는’ 인터넷소설의 세가 약해진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다만 엄숙하고 경건한 문학의 가치는 바래 가지 않겠느냐는 게 그의 의견이다. 게임 영화 광고 등 문화 각 분야에서 다양한 스토리텔러가 나오는 시대에, 소설가는 이제 시대의 선지자가 아니라 ‘원 오브 스토리텔러’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최 교수는 “한국 소설이 새로워지기 위해선 형식만 인터넷 글쓰기와 흡사하고 주제의식은 고루한 소설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문제의식을 정면으로 맞서서 짚어 내는 작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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