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화풍의 한국미인도 화제…중진 정종미와 신예 최예빈

  • 입력 2007년 7월 1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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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여인상인가, 현대적 감각의 여인상인가.

한국화 분야에서 여성 미인도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요즘, 미인도에 푹 빠진 두 한국화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전통 한지와 색에 천착해 온 중진작가 정종미(50) 씨의 미인도와 신예 작가 최예빈(29) 씨의 미인도. 중진과 신예라는 점도 그렇지만 이들의 미인관과 미인도의 제작 방식이 사뭇 달라 21세기 한국 미인도의 흐름을 들여다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다.

정 씨는 전통 한지와 천을 화면에 덧붙이는 작가 특유의 방식을 쓰고 있다. 화면 속 여성은 트레머리를 곱게 올리고 노리개를 만지작거리는 신윤복 ‘미인도’의 이미지이기도 하고 뽀글뽀글 파마머리의 여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선시대 여성이든 현대 여성이든 모두 조선시대 전통 미인형 얼굴이다. 그래서 신윤복의 미인처럼 눈은 작고 가늘며 쌍꺼풀이 없고 입술은 앵두처럼 작다.

작가는 여성의 얼굴뿐만 아니라 한지라는 재질의 끈끈한 특성을 통해 전통 여성의 미를 추구한다. 그의 미인도가 ‘종이 부인’ 연작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화면에 한지와 천을 붙일 때 생기는 구겨짐은, 구겨졌음으로 인해 오히려 깊은 의미를 지닌다. 그건 인고의 삶을 강요받았던 시대, 전통 여성들의 질긴 생명력을 의미한다.

작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여성의 정면상을 고집함으로써 세상에 대한 전통 여성들의 당당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그것은 곧 전통과 여성에 대한 작가의 경외라고 할 수 있다.

‘여인’ ‘미인도’ ‘She’ 연작 등 정 씨의 미인도 25점은 산수화 30여 점과 함께 8월 5일까지 경기 양평군 닥터박갤러리에서 전시된다. 월요일 휴관(관람료 6000원). 031-775-5600

최예빈 씨는 전통 한국화의 화법을 충실히 계승하고 있는 작가다. 그는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의 조교로 일하면서 규장각에 소장된 여러 초상화와 관련 자료를 탐구하고 있다.

그의 미인도는 얼굴형이나 분위기에서 정 씨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얼굴은 약간 갸름하고 눈은 크며 입술은 도톰해 전체적으로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하다. 바로 현대적인 미인상이다. 색채도 화사하다.

하지만 여성의 자세는 다소 소극적이다. 쪼그려 앉거나 옆으로 등을 돌리고 앉아 있다. 무언가 우울함을 암시한다. 그런 분위기는 서글퍼 보이는 눈빛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아름다움에 감춰진 현대 여성의 고독 또는 불안감으로, 그건 어쩌면 이 시대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꿈’ ‘응시’ 연작 등 최 씨의 미인도 20여 점은 서울 종로구 낙원동 아카서울갤러리에서 17일까지 선보인다. 02-739-4311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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