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조선 왕들 직업병 1위는 ‘종기’

  • 입력 2007년 6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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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배설물을 담았던 ‘매화틀’. 배설물은 나인이 궁중의 내의원에게 갖다주어 왕의 건강을 검진토록 했다. 사진 제공 중앙생활사
왕의 배설물을 담았던 ‘매화틀’. 배설물은 나인이 궁중의 내의원에게 갖다주어 왕의 건강을 검진토록 했다. 사진 제공 중앙생활사
◇조선시대 왕들은 어떻게 병을 고쳤을까/정지천 지음/296쪽·1만2900원·중앙생활사

조선의 임금들을 괴롭힌 ‘직업병’ 1위는 무엇일까? 환경을 고려해 임질 같은 성병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은 ‘등창’이었다. 이름 그대로 등을 비롯해 목덜미, 엉덩이 등에 나는 종기였는데 막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운동 부족이 원인이었다. 조선 후기의 명군으로 불리는 정조도 49세라는 한창 나이에 종기로 사망했다.

허준, 대장금 등을 통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궁중 의학. 20년 경력의 한의사인 저자는 흥미로운 역사적 사례와 알기 쉬운 해설을 통해 궁중 의학의 베일을 걷어 올렸다.

수많은 테스트를 거친 조선의 왕비들 중 의외로 불임으로 고생하는 여인이 많았는데, 저자의 진단에 따르면 운동 부족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명산대찰로 백일기도를 다녀온 귀부인들이 ‘용하게도’ 임신이 됐던 이유는 산길을 걷고 절을 많이 하니 하체와 허리에 운동이 되어 자궁 부위가 혈액순환이 잘되고 배란이 좋아진 탓이라나.

폐군으로 유명한 연산군은 조선왕조 최고의 ‘정력맨’이기도 했다. 그 정력의 비결은 최음제.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잠자리, 귀뚜라미, 베짱이 등을 잡아 올리는 직책이 있었다고 한다. 교미를 하며 날아다니는 잠자리는 양기를 강하게 하고 음경을 따뜻하게 한다는 것이다. 베짱이는 뒷다리가 강하여 팔딱팔딱 잘 뛰어 효과가 좋았다고 한다. 그러나 최음제의 남용은 정기의 손상과 갖은 질병으로 이어지니 쓰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게 저자의 충고. 연산군의 말년을 보라.

세자들의 두뇌 성장을 위해서는 포도당 덩어리인 ‘조청’이 선호됐다. 뇌의 활동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알려져 과거를 보러 가는 유생의 짐 보따리에도 조청 단지가 실리는 사회적 현상이 있기도 했다.

음식, 의학비방, 건강보조식품 등을 소개하면서도 이 같은 비방보다는 음식을 골고루 적당량으로 세 끼를 나누어 먹고 매일 운동을 하며 마음 편하게 지내는 것이 낫다는 저자의 결론에 다소 김이 새지만 열거된 사례들을 읽다 보면 설득력이 있다. 원래 진리는 단순하지만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할 뿐이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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