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과 조화 논리…한국철학의 재조명

  • 입력 2007년 6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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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시 선암사 원통전. 유교 철학 및 민간 신앙과의 공존이 구현된 건축물로 평가된다. 사진 제공 한상우 교수
전남 순천시 선암사 원통전. 유교 철학 및 민간 신앙과의 공존이 구현된 건축물로 평가된다. 사진 제공 한상우 교수
전남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 원통전에는 조선 23대 왕 순조가 남긴 편액이 있다. 조선의 왕이 사찰에 편액을 내리는 것 자체도 드문 일이지만 편액에 쓰인 ‘天人(천인)’이라는 글자 때문에 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1일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리는 제1회 아시아철학자대회에서 발표자로 나서는 한상우 한국교원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선암사 원통전을 통해 본 유교와 불교, 유교와 민간신앙 간의 관계를 재조명할 예정이다.

한 교수에 따르면 ‘천인’은 ‘천인상통(天人相通)’에서 온 것으로 ‘백성과 더불어 기뻐하고 하늘의 덕과 백성의 마음에 답하는’ 유교 철학의 핵심이다.

그런가 하면 원통전 건물의 어간문에는 절구질하는 토끼들과 나무와 새 한 쌍이 부조되어 있다. 청동기 시대 신성지역을 나타내는 솟대 꼭대기에 조각되었던 새 문양은 우리 조상들의 전통 신앙에서 하늘과 사람을 이어 주는 주요 매개체였다.

이렇게 유교·민간신앙의 콘텐츠가 대승불교신앙의 핵심인 관세음보살을 모신 ‘원통전’에 들어간 것이다. 한 교수는 “겉으로 보면 불교와 유교는 내·외부적으로 대립하고 당쟁을 일삼았던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별성을 감싸 안고, 공통점을 키워서 서로를 보듬어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철학을 다시 생각한다’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국내외 60여 명의 학자가 참석한다. 한국 철학은 ‘다양성과 조화의 논리’라는 소주제로 재조명된다. 송인창 대전대 철학과 교수는 ‘동춘당 송준길 철학에서의 조화정신’을, 고려대 손성하 교수는 ‘중용(中庸): 예기(禮記)에 나타난 다양성과 조화의 논리’를 발표할 예정이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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