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69년 존 레넌 - 오노 요코 결혼

  • 입력 2007년 3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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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어느 여류 전위예술가의 작품전에 초대됐다.

그곳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벽의 열린 틈에 있는 작은 글씨를 돋보기로 봐야 하는 작품이 있었다.

남자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도대체 뭐가 있기에?’ 궁금했다. 돋보기로 글씨를 살펴보니 거기엔 ‘yes(예)’라고 쓰여 있었다. 남자는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 기존의 전위예술가와 달리 세상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고방식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 것이다.

계속 작품을 관람했다. 관객이 직접 못을 박는 작품이 있었다.

남자는 “못을 박고 싶다”고 했다. 작가는 “행사는 내일부터니까 내일 다시 오라”고 했다.

이를 지켜보던 한 관객이 작가에게 이렇게 귀띔했다. “저 사람은 백만장자예요. 못을 박도록 하는 게 좋을 거예요.”

그러자 작가는 남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가 가짜로 동전을 드릴 테니 마음속으로 못을 박으세요.”

남자는 여류 미술가에게 반했다. “내 주위에는 예쁜 여자가 많이 있지만 이런 여자는 보지 못했다”며 구애를 했다.

둘은 마침내 1969년 3월 20일 결혼에 성공했다.

반전(反戰)운동, 비폭력에 심취한 이들은 1주일간 신혼여행지에서 퍼포먼스(행위예술)를 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힐튼호텔에는 이들의 퍼포먼스를 보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들의 퍼포먼스는 ‘침대의 평화(BED PEACE)’, 둘이 하루 종일 침대에 앉아 침묵시위를 하는 것이었다. 베트남전쟁이 절정기에 있던 시기에 이들이 벌인 ‘침대 시위’는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남자는 세계적인 팝그룹의 일원으로 한때 절정의 인기를 누렸지만 결혼한 뒤에는 아내의 영향으로 전위예술에 흠뻑 빠졌다. 사랑, 섹스, 마약, 예술, 평화….

남자의 음악 활동이 뜸해지자 팬들은 “우리의 영웅을 홀린 마녀(魔女)”라며 여자를 비난했다. 주위의 지나친 관심과 간섭으로 헤어졌다가 재결합하는 진통을 겪었지만, 이들은 예술적 동반자로서 삶을 지탱해 나갔다.

한 광적인 팬이 남자의 가슴에 총알을 박을 때까지 남자와 여자가 함께한 10년은 치열하고 행복했다.

남자는 영국의 전설적인 팝그룹 ‘비틀스’의 멤버인 존 레넌, 여자는 일본의 전위예술가 오노 요코(小野洋子)였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비틀즈의 Let It Be. 연주:숙명여대 가야금연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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