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철조망 너머 저편,새는 자유를 꿈꾼다

  • 입력 2007년 2월 10일 05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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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하류,사람과 새의 공존

《철조망은 사람과 자연의 경계를 만든다.

한강변을 자전거로 달리다 보면 어딘가에서 길이 끊긴다.

철조망이 가로막고 숲이 무성한 벌판이 이어진다.

녹슨 철조망,꼭 그만큼 우리의 자연에 대한 사랑도 녹이 슨 것 같다. 이제 황량한 장막을 걷어 버리려 한다.

그러고 나면,사람과 새의 광장이 펼쳐지겠지.

그 광장에서 우리는 공존의 실험을 해 보자. 모든 생명이 어우러져 평화로울 수 있음을 세상에 보여 주어야 한다.》

수도권 주민들의 젖줄 한강. 그 강에 깃들인 식구는 사람뿐이 아니다. 이름 모를 풀과 나무,철새와 텃새,삵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 모두가 한 식구. 겨울이 끝나 가는 그 곳에는 자연의 생명력이 꿈틀거리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 하류 쪽으로 달리다 보면 어딘가에서 길이 끊어진다. 녹슨 철조망이 가로막고,무성하게 자란 풀과 나무가 막아 선다. 한강 하류에는 분단의 흔적인 철조망이 아직 마음의 벽처럼 남이 있다. 자유로 쪽은 행주대교부터 현재 건설 중인 일산대교까지 12.9km,남쪽 한강제방도로는 김포시 고촌면에서 걸포동까지 10.6km 구간이다.

사람과 자연을 차단하는 이 흉물이 주민들의 민원으로 곧 철거된다. 자전거 길이 생기고 사람들의 접근이 쉬워질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이 늘 그렇듯 꼭 기쁜 일인 것만은 아니다. 철조망 저편,물과 이어진 늪 숲 뻘에는 수많은 야생동물이 살고 있다. 매년 여름과 겨울,천연기념물인 큰고니 재두루미 저어새 등 수십 종의 철새들이 무리지어 찾아온다. 그들에게는 사람의 발길 끊어진 그곳이 삶의 보금자리. 숨막히는 문명의 상징 같은 서울 주변에서 안식의 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 드문 장소이다.

이제 철조망이 걷히면 우리는 하나의 실험을 해야 한다. 가까스로 생명을 이어가느 큰 물새,길짐승들과 어우어져 더불어 사는 실험. 새로 자전거 길이 뚫렸다고 만족하지 말고,철새가 깃들이고 텃새가 노래하고 고라니가 뛰놀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분단의 상징인 한강하구 철책선 제거에는 뜻을 같이 한다. 하지만 한강시민공원과는 다른 차원으로 첩근해야 한다”는 야생조류보호협회의 걱정이 묵직하게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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