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할매들 또 온다…몸뻬, 욕, 끼 그대로 ‘마파도2’

  • 입력 2007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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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파도2’의 다섯 할머니. 왼쪽부터 길해연 김지영 여운계 김을동 김형자. 이들은 촬영에 응하면서도 사진기자에게 “이문식하고 비슷해” “아냐, 문식이보다 나은걸” “근데 몇 살이우?” 하고 쉴 새 없이 농담을 걸며 혼을 쏙 빼놓았다. 강병기  기자
영화 ‘마파도2’의 다섯 할머니. 왼쪽부터 길해연 김지영 여운계 김을동 김형자. 이들은 촬영에 응하면서도 사진기자에게 “이문식하고 비슷해” “아냐, 문식이보다 나은걸” “근데 몇 살이우?” 하고 쉴 새 없이 농담을 걸며 혼을 쏙 빼놓았다. 강병기 기자
‘올드미스 다이어리’ 사진 제공 청년필름
‘올드미스 다이어리’ 사진 제공 청년필름
《‘왕언니’들이 돌아왔다. 2005년 톱스타 없이 3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마파도’의 속편 ‘마파도2’(18일 개봉)의 ‘엽기 할매’들이다. 나충수(이문식)가 재벌 회장의 첫사랑을 찾아 떠났다가 또 마파도에 표류하게 되고 다섯 할머니를 만나 징글징글하게 고생하는 얘기. 할머니 중엔 김수미가 빠지고(후반부에 우정출연) 김지영이 합류해 여운계 김을동 김형자 길해연과 호흡을 맞췄다.》

한자리에 모이기도 힘든 다섯 명을 3일 한꺼번에 만났다. ‘몸뻬’ 입고 걸쭉한 욕을 쏟아내던 할머니들은 빨간 뿔테 안경에 빨간 터틀넥(김형자), 파란 롱 재킷(여운계) 등 세련된 중년 여성으로 변신해 한 명씩 도착했다. 그러나 다 모이는 순간, 왁자지껄한 농담이 오가면서 다시 ‘엽기 할매들’로 변했다.

속편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전남 영광의 동백마을에서 촬영됐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만 돼도 거기 살겠어요. 공기 좋고 먹을거리 좋아서 소화도 잘되고.”(김지영) “몸뻬 입고 아무데서나 뒹구니 편했죠.”(김형자) “거기다가 우리를 섞어 놓으면 완전 원주민이야.”(김을동) “아냐, 우리가 훨씬 흉해.”(여운계)

영화의 재미는 개성이 뚜렷한 할머니들 캐릭터에서 나온다. 욕쟁이도 있고, 끼 있는 할머니, 말 없는 할머니도 있는 이들은 노년 여성의 다양한 캐릭터를 대표한다.

○개성 뚜렷한 캐릭터가 재미의 비결

전편에서 똑 부러지는 회장댁으로 나온 여운계는 이번엔 치매에 걸렸다. 그는 스물다섯 살 때부터 할머니 역할만 맡아 온 노역 전문 배우. “섭섭했지. 근데 사실 내가 할머니처럼 생기긴 했어. 50대 팬이 나보고 자기 초등학교 때부터 할머니였는데 여태 살아 있느냐고 하더라니까.” 제주댁(길해연)은 이번에도 대사 한마디 없지만 고스톱 실력을 한껏 발휘한다. ‘타짜’에도 참여한 실제 타짜 장병윤 씨가 지도했다. “어려운 기술도 제가 한 번 보고 그대로 하니까 저보고 소질 있다고 하시던데요.”

‘××할 놈’ ‘××에 튀겨 죽일 놈’ 등 입에 욕을 달고 사는 영광댁(김지영)은 “처음엔 입이 안 떨어지더니 나중엔 입에 착착 붙었다”며 “때리는 것도 첨엔 표정 관리가 안 됐는데 나중엔 재밌더라”고 말했다.

남자를 밝히고 예쁜 척하는 마산댁(김형자)은 여전하다. 할머니가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요즘 할머니들은 그렇단다.

“친정 엄마가 실버타운에 계셨는데 할머니들만 있다가 할아버지가 한 명 들어오니 쟁탈전이 벌어졌대요. 식사 때마다 서로 옆에 앉으려 하고. 보니까 우리 엄마가 제일 먼저 옆에 가 있던걸? 할머니도 다 똑같은 여자예요.”

듣고 있던 여운계가 거들었다. “우린 가수 비 공연에 다들 갔다 왔어요. 아직 젊죠?”

젊은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게 있었다. 할머니는 태어날 때부터 할머니인 줄 안다. 그러나 영화 중간에, 그리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나오는 할머니들의 실제 옛 사진은 그들에게도 찬란했던 과거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한다. 할머니도 여자다.

○“욕심 지나치면 낭패 본다는 것 느꼈으면…”

“전편에서 로또를 찾아 헤맨 것처럼 이번에도 문식 씨는 대박을 꿈꾸다가 실패하죠. 술잔 중에 ‘계영배(戒盈杯)’라는 것이 있어요. 70%까지만 채우면 되는데 그 이상 채우면 술이 모두 밑으로 흘러내려요. 뭐든지 너무 욕심을 부리면 하루아침에 다 날아간다는 것을 느끼셨으면 해요.”

잘나가는 아들(배우 송일국)에게도 항상 그렇게 조심하라고 가르친다는 ‘주몽 엄마’ 김을동의 마지막 충고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왕언니 왕웃음… 영화 속 할머니 캐릭터 인기몰이

‘마파도’는 할머니 캐릭터가 대거 등장한 첫 영화였다. 이전의 영화에서 나이 든 여성의 역할은 주인공에게 헌신적인 어머니가 대부분이었다. ‘마파도2’ 역시 전편에 이어 할머니가 웃음의 원천이다.

최근 개봉한 ‘올드미스 다이어리’(올미다)도 노처녀 미자(예지원)의 세 할머니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다뤘다. 거침없는 입담의 첫째 할머니(김영옥)와 고쟁이만 입다가 ‘색깔 있는 빤쓰’ 하나 사 입고는 사랑을 꿈꾸는 둘째 할머니(서승현), 맹한 셋째 할머니(김혜옥)까지. 개성이 뚜렷한 이들은 영화에서 웃음을 주고 사랑을 하는 게 청춘스타만의 능력이 아님을 보여 준다. 마파도와 올미다의 할머니들은 거침없이 당당하고 솔직한 것이 특징.

영화 평론가 강유정 씨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엄마와 할머니는 감정도 욕망도 없는 캐릭터였지만 최근 모성에 대한 접근법이 달라졌듯이 할머니 캐릭터에도 변화가 보인다”며 “마파도의 할머니 캐릭터는 모성 이미지를 전복해 신선한 웃음을 줬다”고 평가했다. 이는 고령화 시대라는 점, 지금의 할머니 세대가 예전보다 더 많이 교육받고 더 솔직해진 세대라는 시대적 배경이 작용한 것 같다고 그는 분석했다.

그러나 할아버지들의 경우는 다르다. 할아버지들이 등장하는 ‘까불지마’ ‘무도리’ 등은 흥행에 실패했다. 평론가 심영섭 씨는 “모든 것을 희생해 온 할머니들의 경우 욕을 하고 연애를 해도 그게 ‘생의 활력’으로 받아들여지는 일종의 면죄부가 주어지지만 할아버지들이 그러면 저항감이 든다”고 말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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