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언어로 나만의 세계로… 소설은 나의 힘”

  • 입력 2006년 12월 19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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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에서 30년 넘게 살고 있지만 우연히 한국 사람들을 보거나 TV에서 한국 스포츠경기를 보면 저절로 눈이 가요. 그럴 때면 ‘내가 한국인이구나’ 라고 느낍니다.”

생후 7개월 때 쌍둥이 오빠와 함께 노르웨이로 입양된 쉰네 순 뢰에스(31) 씨. 양부모는 딸에게 노르웨이 이름을 지어주면서 한국 이름 ‘지선’의 ‘선’(노르웨이 발음은 ‘순’)을 넣었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그는 간호사가, 오빠는 의사가 되었다. 정신병원에서 일하면서 관심 있던 정신분석학을 현장체험하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품어 온 작가의 꿈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두 번째 소설 ‘아침으로 꽃다발 먹기’(사진)로 2002년 노르웨이 최고 권위의 ‘브라게 문학상’(청소년도서 부문)을 수상했다.

‘아침으로…’의 번역 출간을 맞아 뢰에스 씨가 한국을 방문했다. 브라게 문학상 수상 당시 서울을 찾아 친부모를 만난 뒤 두 번째 내한이다. 18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노르웨이대사관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그는 “내가 태어난 나라에서 내 작품이 나오게 돼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아침으로…’는 조울증 때문에 정신병원에 입원한 17세 소녀 미아가 다양한 사연의 환자들을 만나면서 회복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주인공의 감성과 불안을 여과 없이 묘사하면서 장(章) 내에서 단락을 구분하지 않는 실험을 시도해 ‘전통적 방식을 넘어선 새로운 소설 쓰기를 개척했다’는 현지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그는 “나만의 세계를 나만의 언어로 창조하는 데 매력을 느낀다”며 소설 쓰기의 즐거움을 밝혔다.

어렸을 적 친구들과 다른 외모에 고민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는 뢰에스 씨는 다시 만난 생부가 무릎을 꿇고 “미안하다”며 울자 당황했다고 한다. “부모님의 죄의식을 감싸주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면서도 “지금은 친부모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한국의 가족과 만났다는 그는 “여동생도 글쓰기가 취미고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얘길 들었다”면서 “글쓰기가 집안 내력인 것 같다”며 웃었다.

노르웨이에 있을 때 한국인임을 느꼈다는 뢰에스 씨는 “이번 여행에서 사람들이 말 걸고 미소 지을 때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난처했으며, 나는 어쩌면 노르웨이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며 혼란스러운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뢰에스 씨는 21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문학강연을 한 뒤 22일 한국을 떠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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