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비행기… 최초의 일상을 보존하라”

  • 입력 2006년 11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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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간이역 동전 전화기 돌담길….

석굴암과 고분벽화처럼 오래되고 거창한 문화유산만 문화재가 아니다. 최근 간이역이나 돌담길, 자와 저울 등 근대의 국가표준 도량형기도 문화재로 등록됐다. 어디까지 문화재일까?

○ ‘최초는…문화재’

문화재청은 내년부터 10개년 전수조사를 통해 근대기 음반 책 영화 등 문화콘텐츠, 교통 통신 의(衣)생활 주(住)생활 분야에서 최초의 의미를 지닌 동산 및 문화유산을 문화재로 등록할 예정이다. 앞으로 문화재로 등록될 근대 유산은 열차 비행기 동전 전화기 대중가요 공원 등 더욱 다양하다.

교통수단으로는 1927년 경성공장에서 제작된 뒤 1955년 개조돼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용열차로 사용된 ‘귀빈객차’, 1953년 제작돼 2년간 공군 연락기로 활용된 후 2004년 복원된 국산 1호 항공기 ‘부활호’ 등이 포함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조폐기관인 경성전환국에서 화폐를 주조하기 위해 고종 23년(1886년) 독일에서 수입한 압인기(壓印機), 1884년 경성전환국 주화, 1896년 우리나라 최초로 통화를 가능케 한 ‘자석식 교환기’,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가요로 추정되는 ‘희망가’를 수록한 앨범(1923년) 등도 문화재로 지정된다. 이 밖에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인 인천 중구 자유공원(1888년), 남한 지역 최초의 발전소인 전북 정읍시 운암발전소(1928년) 등도 문화재가 된다.

○ 기념(Memorial)과 기록(Archive) 사이에서

근대문화유산 지정은 2003년 21건, 2004년 81건, 2005년 82건, 2006년 92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문화재청 근대문화재과 김인규 연구관은 “근대 유산들은 남아 있는 것이 적고 파손되는 과정에 있어 후대를 위해 보존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기존 문화재는 예술성 희귀성 등을 중시하지만 근대문화재 등록에는 근접성, 즉 ‘근대 실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나’가 주요 기준”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문화재보호법 개정에 따라 근대문화재 등록 대상이 부동산에서 동산까지 확대되면서 ‘일상’이 문화재가 되는 경우가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하지만 근대문화재의 범위를 확대하는 데 어려움도 적지 않다. 제주도 설촌마을 돌담길은 마을 주민들이 사유재산권 제약 문제로 문화재 등록을 거부했다. 또 근대유산 중 상당수는 ‘일제의 흔적’이 남아 있어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서울 중구 명동 옛 대한증권거래소 건물이 대표적 사례.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근대문화유산의 상당수가 일제의 부정적인 영향이 남아 있는 ‘네거티브 문화재’인 것은 사실이나 ‘기념’이 아닌 ‘역사의 기록’으로 구분해 보존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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