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 추석놀이 상차림만큼 풍성…‘세시풍속사전 가을편’

  • 입력 2006년 10월 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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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때 수숫대나 왕골로 거북모양을 만들어 마을을 도는 ‘거북놀이’의 한 장면.
한가위 때 수숫대나 왕골로 거북모양을 만들어 마을을 도는 ‘거북놀이’의 한 장면.
추석 때 우리 조상들은 뭘 하고 놀았을까?

추석은 설날, 정월대보름과 함께 세시 풍속이 가장 많은 명절이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놀이는 강강술래(중요무형문화재 제8호) 정도다. 하지만 ‘옷은 시집올 때처럼, 음식은 한가위처럼’이란 속담같이 추석의 풍요로움을 누렸던 선조들은 먹을거리 못지않게 다양한 놀이문화를 즐겼다. 최근 국립민속박물관이 민속전문가 132명의 조사 결과를 모아서 펴낸 ‘한국세시풍속사전 가을편’은 그동안 잊혀지거나 사라진 조상들의 추석놀이를 소개하고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발견된 대표적인 놀이는 ‘거북놀이’ ‘소놀이’ ‘서산박첨지놀이’ 등. 거북놀이는 마을 주민들이 수숫대, 왕골, 나뭇잎으로 만든 거북을 데리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놀이다. 거북 속에 두 사람이 들어가 앞사람은 머리의 움직임을, 뒷사람은 꼬리를 담당한다. 거북, 새끼 거북(남생이), 풍물패 등 총 40명이 마을을 돌며 무병장수를 빌고 곡식을 거둬 마을 공동 사업에 사용했다.

소놀이 역시 소로 가장해 즐기는 게임이다. 농경사회를 지탱했던 일꾼들과 소의 노고를 위로하는 놀이다. 한 해 농사를 가장 잘 지은 사람의 집 마당에서 춤추고 그해 일을 가장 잘한 사람을 소에 태우고 마을을 돈다.

서산박첨지놀이(인형극)는 연희 집단이 아니라 마을 주민이 누구나 인형 연기자로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충남 서산시 음암면 탑곡마을 토박이들을 중심으로 전승됐다. 바가지, 소나무 껍질, 칡넝쿨, 짚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모아 주민들이 직접 인형을 만들고 자신의 말투에 맞게 인형 목소리를 연기했다.

한편 강강술래도 다양한 형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로 손을 잡고 둥글게 앉아 있다가 사람들의 팔 위로 넘어가는 ‘고사리꺾기놀이’, 강강술래를 하다가 지치면 놀이꾼 중 춤을 가장 잘 추는 사람이 가운데로 나와 장기 자랑을 하는 ‘남생이놀이’ 등이 있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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