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서태지-015B 등 분석…‘90년대를 빛낸 명반 50’

  • 입력 2006년 8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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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동방신기, 이효리…. 현재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들의 음반 판매량은 대략 10만 장에서 20만 장 사이다. MP3 불법 다운로드로 음반시장이 붕괴되고, 기계로 찍어 낸 듯 만들어진 가수들이 득세하는 시대다. 뮤지션들이 더는 어떤 사회적 반향도 일으키지 못하고 통화연결음, 인터넷 블로그 배경음악 등 음악이 ‘액세서리’가 된 시대….

2006년, 대중음악의 암흑기를 극복할 타개책을 찾으려는 의도일까? 이 책은 ‘한국 대중음악의 황금기는 언제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동안 대중음악 평론의 주류인 386세대 평론가들은 1980년대를 한국 대중음악의 황금기로 규정했다. 하지만 1990년대 PC통신 대중음악 동호회 출신인 저자들은 1990년대야말로 ‘한국 대중음악의 최전성기’라고 주장한다. 물론 누구나 자신의 10, 20대 때 경험한 음악이 최고이며 그 시기야말로 청년문화의 폭발기로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40, 50대는 ‘청·통·맥’(청바지, 통기타, 맥주)으로 대표되던 1970년대 포크 음악을, 386세대들은 들국화, 시인과 촌장, 신촌블루스, 시나위 등 록, 포크, 블루스가 조화롭게 공존했던 1980년대를 최전성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들은 과거에 대한 애정과 향수를 배제했다. 이들의 논리는 1990년대야말로 음악성 있는 뮤지션들이 광범위한 대중에게 사랑받으며 대중음악계의 주류를 점령했던 거의 유일한 시기였다고 본다. 1990년대 인기 뮤지션의 경우 60만∼100만 장의 음반이 팔렸으며 직접 작곡, 작사를 하는 ‘싱어송라이터’가 대부분이었다.

이 책에선 서태지를 필두로 015B, 신해철(N.EX.T), 듀스, 솔리드, 김건모, 신승훈, 전람회, 김현철, 노이즈, 현진영 등 대중의 관심과 음악적 성장을 동시에 가져온 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1990∼99년) 명반 50장을 분석하고 사회적 반향과 함의를 설명한다.

연도별, 장르별, 중요한 아티스트별 음반 해설, 연도별 대중음악 총론, 책 중간중간에 들어간 뮤지션 인터뷰 등을 통해 1990년대 대중음악을 꼼꼼히 훑었다. 특히 유희열, 김현철, 이현도, 신해철, 이승환, 정석원, 김동률 등 1990년대 학번들이 반가워할 만한 뮤지션들의 회상, 현재 생각 등을 들어본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이미 청년문화의 중심에서 대중음악은 실종됐다. 10대 초중반 여학생 취향의 보이밴드들이 주류 음악시장을 점령한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1990년대에서 찾는 이 책의 시도는 신선하게 비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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