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명무전’ 풍물춤 명인들 한무대에

  • 입력 2006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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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쇠는 바람처럼 떠돌아다니는 상쇠다.

워낙 기량이 출중해 전국 각지의 농악단에 초청받다 보니 이런 별명이 붙었다.

뜬쇠들은 조금이라도 남에게 지면 못 사는 사람들.

무대에 서면 서열도 나이도 없다.

판이 벌어지면 누가 그날의 ‘노름마치’(가장 훌륭한 연주로 놀음을 마치는 사람)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날의 몸 상태와 관객들의 박수가 결정할 뿐이다.》

다음 달 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풍물춤의 명인들이 한무대에 선다. 이름 하여 ‘풍물명무전(風物名舞展)’.

호남농악의 명인인 류명철(64) 씨의 ‘부들상모춤’, 유지화(63) 유순자(51) 씨의 ‘부포춤’, 김형순(73) 김동언(66) 씨의 ‘설장구춤’, 정인삼(64) 씨의 ‘고깔소고춤’과 김운태(43) 씨의 ‘채상소고춤’이 한판 대결을 펼친다. 독무를 추는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 놨으니, 사진 촬영을 위한 첫 만남부터 불꽃이 튀었다.

○ 풍물이 왜 춤인가?

“이번 무대는 ‘남도 뜬쇠들의 전쟁터’가 될 겁니다.”(김운태 씨)

상쇠의 머리 위에 있는 부포는 연주를 시작하면 하얀 꽃으로 피어난다. 해바라기처럼 뻣뻣이 서 있다가 앞으로 가면 바람에 의해 연꽃처럼 활짝 피고, 뒤로 가면 진다. 그리고 빠른 장단에 맞춰 머리를 앞뒤로 흔들 때마다 ‘뻐끔뻐끔’ 하는 재주는 흥겹기 그지없다.

‘호남여성농악단’의 마지막 상쇠 유순자 씨는 “부포춤은 아랫놀음(꽹과리), 윗놀음(부포), 발동작 등 3가지가 다 맞아야 추는 춤”이라고 말했다.

사물놀이가 익숙해진 요즘, 풍물은 화려한 가락을 얻은 대신 춤을 잃었다. 판소리에 ‘발림’이 있듯이 풍물에는 ‘버슴새’란 동작이 있다. 호흡과 동작, 음악이 일치하는 풍물춤은 어떤 전통춤보다 자연스럽고 신명나는 춤이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최승희가 신무용에서 차용한 설장구춤. 상쇠가 추는 부포춤, 소고꾼들의 소고춤도 개인 독무로 발전했다.

“상모는 머리로 돌리는 게 아닙니다. 장단에 맞춰 오금질(다리를 구부렸다 폈다 하는 동작)이 되니까 상모가 저절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내 몸이 장단 속에서 끊임이 없고 각지지 않은 채 춤춰야 상모가 돌아갑니다. 장단을 체화하지 못하고 몸동작만 흉내 내는 춤은 ‘B급 영화’에 불과합니다.”(김운태 씨)

○ 판막음을 향하여

이번 무대의 공연자 중에는 1960, 70년대를 주름잡았던 ‘여성농악단’ 출신이 3명(유지화, 유순자, 김운태 씨)이나 끼어 있어 눈길을 끈다. 여성농악단은 남사당패의 전성기가 지나간 이후 전국을 유랑하며 포장극장을 선보여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이들은 ‘심청전’ ‘춘향전’ 등 창극과 육자배기도 불렀고, 화려한 개인춤을 보여 주는 ‘판굿’으로 손님을 끌었다.

“꽃다운 10, 20대 여자애들이 농악을 하니 연애편지도 숱하게 쏟아졌지요. 1시간이 넘는 공연을 하루에 10번도 했으니 지금은 상상도 못 하지요.”(유순자 씨)

‘호남여성농악단’ 단장의 아들이었던 김운태 씨는 5세 때부터 하루에도 수천 번씩 무대를 돌면서 여성농악단을 따라다녔다. 그는 마침내 영남, 호남, 웃다리 농악을 통합한 채상소고춤으로 해외 순회공연에 나서는 명인이 됐다.

“어른들은 내게 항상 ‘판을 막아라’고 말씀하셨어요. 뭘 해도 끝까지 가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김덕수 형은 장구 메고 거꾸로 도는 기술로 ‘판막음’을 했지요. 그런데 요즘 대학에선 4년 만에 전국의 굿과 소리를 다 배웁니다. 졸업할 때는 엄청난 예술가인 척하지만 하나라도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무대에선 ‘판막음’을 해야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1만∼3만 원. 02-3216-1185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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