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아기도 생각한다…‘데카르트의 아기’

  • 입력 2006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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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의 아기/폴 블룸 지음·곽미경 옮김/384쪽·2만 원·소소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봤을 근원적 물음이다. 다소 철학적인 제목의 이 책은 일단 하나의 사례로 가볍게 해답에 다가선다.

마룻바닥에 빨간 얼룩이 있다. 아빠가 세 살배기 아기에게 “벽에 페인트칠하다 흘린 거란다. 뭐처럼 보이니?”라고 묻자 아이는 “페인트 얼룩”이라고 답했다. 똑같은 얼룩을 놓고, 다른 아이에게는 “심심해서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 거란다”라고 말한 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아이는 “사람”이라고 대답한다.

‘예술’이라는 개념을 배우지 않은 유아들이 ‘창작자의 의도’를 알고 대답했을 리 없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 교수인 저자는 “유아들이 우연으로 만들어진 것과, 의도를 갖고 만든 대상을 구분해 생각했기 때문에 대답에 차이가 생긴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요소를 이 같은 차이에서 찾는다. 아이들조차 자연적 세계와 인위적 세계를 구분할 줄 안다.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것의 차이, 혐오스러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낸다. 여기서부터 영혼이, 종교와 예술이, 웃음과 유머가 생겨난다. 육체와 정신은 분리돼 있다고 이원론을 주장한 데카르트처럼 인간은 태생부터 정신세계와 물질세계를 분리해 생각하는 ‘선천적 이원론자’인 것이다.

저자는 바퀴벌레가 빠진 우유를 먹지 않는 세 살배기, 아이들이 산타크로스를 신으로 보는 과정, 죽은 생쥐로부터 영혼의 지속성을 감지하는 방식, 괴물과 마녀를 무서워하지만 상상 속의 가짜라고 인지하는 모습 등 다양한 실험과 사례로 ‘인간이 선천적 이원론자’임을 증명해 보인다.

발달심리학과 문화인류학의 연구성과를 인용한 만큼 이해가 힘든 대목도 많지만 ‘라이언 일병 구하기’ ‘레인맨’ 같은 대중영화와 앤디 워홀의 유명 미술작품 등을 예로 들어 독자들이 학술적 논의를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원제 ‘Descartes' Baby’(2005년)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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