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늙는 인류… 사실상 ‘진화’

  • 입력 2006년 8월 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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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도 생명체인 이상 노화(老化)를 피해갈 수 없다.

그런데 지난 100∼150년 사이에 인류는 어느 때보다도 체격이 크고 건강해졌다. 평균 수명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노화 자체가 늦춰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0일자에 실린 노화 문제 시리즈 ‘새로운 시대(The New Age)’ 첫 회에서 “인류가 유전자는 바뀌지 않았지만 사실상 진화에 버금가는 변화를 경험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이 ‘진화’라는 말까지 사용한 것은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현대인의 체격이나 노화 정도가 100∼150년 전과 매우 차이 나기 때문.

미국에서 남북전쟁 참전자 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1860년대 50세 이상 64세 이하의 백인남자 가운데 허리를 굽히는 데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44%나 됐다. 그러나 1994년에는 이 비율이 8%에 불과했다.

걷는 데 어려움을 겪는 비율도 같은 기간 29%에서 10%로 떨어졌다.

이 밖에 관절 문제(45%→20%), 중풍(5%→1%), 심장판막 관련 질병(19%→2%) 등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만성질환 발병비율이 대부분 현격하게 감소했다.

변하지 않은 것은 청력상실 비율(3%)에 불과했다.

심장 질환, 관절염 등 노화에 동반되는 만성질환 발병시기가 과거에 비해 10∼25년 늦어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처럼 노화가 늦춰지고 있는 현상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등 모든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체구도 눈에 띄게 커져 이제는 ‘신인류(新人類)’의 출현이라는 말이 더는 낯설지 않다.

1850년 미국 성인남자의 평균 키는 171.2cm. 150년 지난 2000년 평균 키는 176.5cm로 커졌다. 같은 기간 몸무게도 66.2kg에서 86.2kg으로 증가했다.

그렇다면 ‘진화’에 가까운 이 같은 변화의 이유는?

지금의 장년층은 어렸을 때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을 받았고 훨씬 좋은 영양상태에서 자라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강화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유력한 학설 중 하나로 제기됐다.

실제로 네덜란드나 핀란드의 통계를 보면 기근으로 임신부가 영양섭취를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낳은 아이는 성인이 됐을 때 만성질환 발병비율이 훨씬 높았다.

그러나 이 같은 학설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전문가도 많아 아직 정답은 없는 셈이라고 기사는 전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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