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퀴네트 “희망을 낚아봐야 진짜 손맛을 알지”

  • 입력 2006년 6월 22일 03시 09분


코멘트
미국 임상심리학자 폴 퀴네트는 “낚시는 스포츠이자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며 환자의 마음을 치료하는 비법”이라고 말했다. 김미옥기자
미국 임상심리학자 폴 퀴네트는 “낚시는 스포츠이자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며 환자의 마음을 치료하는 비법”이라고 말했다. 김미옥기자
“‘제가 낚시를 다니거든요’라는 말의 뜻은 ‘저는 다정하고 사려 깊고 느긋하고 사과를 잘하고 윤리적이고 상냥하고 점잖고 약간 철학적이고 자연을 사랑하고 깨달음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입니다’라는 뜻이죠.”

낚시꾼에 대해 이보다 더한 예찬이 있을까. ‘낚시하는 심리학자’로 유명한 미국 임상심리학자 폴 퀴네트(66) 씨가 한국에 왔다. 그의 낚시 심리학 3부작 중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 할 때가 온다’, ‘다윈은 어떻게 프로이트에게 낚시를 가르쳤는가?’가 이미 국내에 출간됐고 이번 주에 ‘인간은 왜 낚시를 하는가?’가 나온다.

20일 기자간담회를 연 그는 스스로를 “미친 낚시꾼”이라고 소개하며 미리 지어놓은 자신의 묘비명도 들려줬다. ‘나 때문에 슬퍼하지 마시오. 신나게 낚시했으니.’

농부였던 할아버지를 따라 다섯 살 때 처음 낚싯대를 잡은 뒤 61년간 주로 ‘플라이 낚시’를 해온 그는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이 플라이 낚시 대중화의 계기가 됐다”면서도 “그 후 너무 많은 사람이 덤벼들어 물이 약간 흐려진 측면도 있다”고 ‘선수’다운 불평도 털어놓았다. 잡은 물고기를 모두 놔주는 그에게 낚시는 단순한 스포츠를 뛰어넘어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한 시간 동안 물고기의 입질이 없다고 ‘관두자. 여기는 안 돼’라고 말하는 사람과는 두 번 다시 낚시하러 가지 마세요. 뛰어난 낚시꾼은 그 대신 ‘잠깐, 뭔가 오는 것 같은데’, ‘그놈(물고기)은 곧 돌아올 거야’라고 말하죠. 기다려도 오지 않는 입질을 낙관하다 보면 희망은 점점 커지게 되지요.”

심리학자인 그는 인생의 위기를 치유하는 데도 낚시의 치료 효과를 확신한다.

“미국에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낚시로 마약에서 벗어나기’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이 프로그램을 창안한 것은 매튜 디킨스라는 열네 살의 소년이다. 낚시하느라 너무 바빠서 마약에 손댈 수가 없었고 낚시하면서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됐다는 것이 이 소년이 친구들에게 ‘마약 대신 낚시에 중독되자’고 권유하게 된 계기라고 한다.

그는 부부 갈등치료 전문가이기도 하다. 46년간 결혼생활을 해온 그의 아내는 그가 낚시를 하는 동안 차에서 책을 읽는다고 한다.

“내가 낚시하는 것을 아내가 늘 좋아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배우자의 취미를 싫어해도 그에 대해 불평하는 대신 자신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다른 대상을 개발하면 됩니다. 자신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대상이 없는 인생이란 얼마나 무의미합니까.”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