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63년 소련 첫 여성우주인 탄생

  • 입력 2006년 6월 16일 03시 05분


코멘트
오랫동안 우주여행은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남성들은 우주로 가기 위한 고통스러운 훈련 과정을 여성은 인내하기 힘들다며 배제했다. ‘어디 감히 여자가?’ 우주여행 초창기만 해도 남성들의 솔직한 생각은 이랬다.

옛 소련의 발렌티나 테레시코바가 1963년 여성 최초로 우주에 나간 사건도 여성 우주인 시대를 열었다기보다는 ‘최초’라는 타이틀을 따내기 위한 정치적인 선전에 가까웠다.

소련에서 두 번째 여성 우주인(1982년 스베틀라나 사비츠카야)이 탄생하기까지 19년의 오랜 시간이 걸린 게 이를 입증한다.

1960년대는 미국과 소련의 힘겨루기가 치열했던 시절. 우주여행 경쟁에서도 서로의 자존심 대결이 치열했다.

소련은 번번이 선수(先手)를 쳤다. 1957년 세계 첫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렸고 1961년 유리 가가린을 지구 밖으로 내보냄으로써 인류 최초 우주인 탄생의 개가를 올렸다.

미국의 자존심에 잇따라 상처를 낸 소련은 여성 최초의 우주인을 만들기로 하고 비밀리에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방직공장 직원 출신의 테레시코바는 취미로 스카이다이빙을 즐기던 여성. 소련의 보스토크 우주선은 지구 귀환 시 지상 6km 상공에서 낙하산을 타고 탈출해야 하기 때문에 낙하 기술을 가진 여성이 필요했다.

1962년 다른 3명의 여성과 함께 우주인 후보가 된 테레시코바는 1년여의 훈련 과정을 통과하고 이듬해 최종 낙점을 받았다.

1963년 6월 16일 마침내 역사적인 비행이 이뤄졌다. 보스토크 6호를 타고 우주 공간으로 날아간 테레시코바는 지구 궤도를 48번 도는 71시간의 비행에 성공하고 무사히 지구로 돌아온 것이다. 미국은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사실 최초의 여성 우주인을 먼저 계획한 건 미국이었다.

미국은 1959년 의학 테스트를 거쳐 13명의 여성 우주비행사를 선발하기도 했으나 이들이 초음속 제트기를 몰아 본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계획 자체가 무산됐다.

미국이 첫 여성 우주비행사를 배출한 건 소련보다 20년 뒤진 1983년. 물리학자인 샐리 라이드가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를 타고 지구 바깥세상을 경험했다.

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인터넷을 통해 한국 최초 우주인을 공모 중이다. ‘한국의 첫 우주인이 여성이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