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전 조부의 한국사랑 전합니다…獨 슈테판씨,유품 기증

  • 입력 2006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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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잔더가 1907년 9월 무악재를 넘다가 찍은 사진. 멀리 북한산이 보인다. 사진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헤르만 잔더가 1907년 9월 무악재를 넘다가 찍은 사진. 멀리 북한산이 보인다. 사진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1907년 3월 ‘뎐당국’(전당포) 앞에서 갓을 열심히 고치는 남자(위)와 1906년 9월 16∼24일 함경북도 길주 지역의 여관에서 여종업원들을 찍은 사진.
1907년 3월 ‘뎐당국’(전당포) 앞에서 갓을 열심히 고치는 남자(위)와 1906년 9월 16∼24일 함경북도 길주 지역의 여관에서 여종업원들을 찍은 사진.
할아버지의 뜻을 살리려 한국에서 전시회를 여는 슈테판 씨. 김재명 기자
할아버지의 뜻을 살리려 한국에서 전시회를 여는 슈테판 씨. 김재명 기자
“한국에 대한 할아버지의 애정이 이제야 빛을 보는 것 같아 기쁩니다.”

독일인 슈테판 잔더(63) 씨는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국립민속박물관에 전시된 100년 전 한국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을 보면서 감개무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3일 개막한 ‘독일인 헤르만 잔더의 여행’ 사진전은 슈테판 씨가 2년 전 민속박물관에 기증한 할아버지 헤르만 구스타프 테오도르 잔더(1868∼1945)의 한국 관련 유품을 바탕으로 마련된 것.

일본 주재 독일대사관 무관이었던 헤르만 잔더는 1906년과 1907년 한국을 여행하면서 서울 부산은 물론 오지인 함경북도 성진과 길주를 여행하며 당시 풍속과 일상을 담은 사진을 찍고 풍속화를 모았다. 이번 전시회에는 그가 기증한 378점 가운데 168장의 사진과 엽서, 친지에게 보낸 편지 등 300여 점이 공개된다.

가파른 무악재 고개를 지게를 지고 힘겹게 올라가는 남자, ‘뎐당국’(전당포) 앞에서 갓을 고치는 노인, 북악산 능선과 경복궁이 보이는 광화문 전경 등 100년 전 풍속과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할아버지는 1906년 첫 방문 때 한국과 한국인에게 흠뻑 빠졌던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가 독일에 보낸 편지를 보면 ‘한국인의 삶과 감정은 물론 일본 통치 아래에서 겪는 고통 등을 제대로 담은 책을 쓰고 싶다’고 적혀 있습니다.”

헤르만 잔더는 이듬해 개인 자격으로 한국을 찾아 상당한 양의 궁중 의상을 비롯해 다양한 민속자료를 모았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그 자료로 한국 박물관을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으로 대부분이 소실돼 뜻을 이루지 못했는데 이제야 일부나마 빛을 보게 돼 다행입니다.”

이 전시회는 8월 28일까지 열린다. 입장료 어른 3000원, 학생 1500원. 02-3704-3151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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