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씨와 권 씨는 2005년과 2004년에 변리사와 감정평가사 합격증을 따고 현업에서 활동 중이다. 남편은 합격자 중 다섯 번째 고령자였고, 아내는 수석을 차지했다. 말렸던 친구들도 이제는 모두 부러워한다.
이 씨 부부의 합격 비결을 들었다.
○ 적성을 먼저 따지다
“남들이 좋다는 자격증 대신 적성에 맞는 자격증을 택했죠.”
두 사람은 비교적 짧은 기간(2년)에 시험에 합격한 것은 공부가 적성에 맞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평소에 관심을 뒀던 분야여서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는 것.
이 씨는 하이닉스반도체 재직 시절 글로벌 메이커들이 얽힌 특허 분쟁 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다. 이때 그는 자신이 기술 개발보다 이를 법률적으로 다루는 업무에 더 흥미를 느낀다는 것을 인식했다.
“특허 업무가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같이 일하던 변리사들에게서 진짜 변리사 같다는 과찬도 들었고요.”
아내 권 씨는 ‘부동산 마니아’였다.
중고교생 시절부터 신문 경제 기사를 꼼꼼히 읽었고, 대학 재학 때는 재테크 특히 부동산 기사를 열심히 읽었다. 부동산 정보 업체들이 ‘뜬다’고 하는 지역을 찾아가 정보를 수집하고 가격을 측정해 본 적도 있다.
“수학 강사 출신이니 공인회계사 시험에 도전하라는 권유도 받았지만, 원래 관심이 많았던 부동산 평가 업무에 더 끌렸습니다.”
○ 그룹 스터디를 하라
“혼자 공부하는 시대는 끝났죠. 함께 공부하며 약점을 보완하고 자극도 받아야 합니다.”
전문 자격증 시험은 ‘그룹 스터디’를 통해 준비하라고 부부는 조언한다.
이 씨는 서울대 도서관에서 비슷한 나이와 경력의 ‘변시생(변리사 준비생)’들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다. 그는 이를 통해 취약 과목인 ‘민법’을 보완했다.
권 씨는 인터넷 카페에서 정보교환을 하던 또래들과 그룹을 만들어 독서실에서 공부했다. 그는 부동산 정보를 토대로 가격을 계산해 내는 ‘감정평가실무’ 과목을 준비하는 데 많은 도움을 얻었다. 그는 “그룹 멤버들의 경쟁에서 긍정적인 자극을 많이 받았다”며 “혼자 연습 문제를 풀 때와 여러 명이 경쟁하며 할 때의 효율이 크게 다르다”고 밝혔다.
○ 격려의 녹음 테이프로 서로 돕다
지망 자격증이 다른 데다 이 씨는 대학 도서관, 권 씨는 독서실을 선호해 부부는 함께 공부하지는 않았으나 공통 과목인 민법은 같이 공부했다. 핵심 내용을 각자의 음성으로 녹음한 테이프를 서로 교환해서 듣는 게 이 부부의 공부법.
이들은 ‘졸지 마’ ‘조금만 더 힘내’ ‘열심히 해’ 등도 함께 녹음해 전했다.
“지하철에서 테이프를 들으며 졸고 있었는데 오빠의 ‘권소현 지금쯤 졸리겠지’란 장난스러운 음성이 들려 깜짝 놀라 깼어요.”
“여자는 남편이 녹음해 준 것을 들으며 졸지 몰라도, 남자는 아내가 녹음해 준 내용을 들으면 절대 그럴 수 없죠.”
○ 주위의 눈총을 이겨내다
“신랑은 왜 학생처럼 옷을 입고 다녀요?” “둘 다 고시생이면 생활비는 어떻게 마련해요?”
부부는 공부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꼽았다.
저축한 돈이 있는 데다 육아 부담도 없어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았으나, 사정을 모르는 이들의 호기심이 부부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
특히 남편의 스트레스가 컸다.
“낮에 집 근처에서 이웃을 마주치면 왠지 저를 ‘백수’로 생각하는 듯했어요.”
이 씨는 “이런 ‘오해’가 싫어 늘 아침 일찍 집을 나섰으며 불필요한 관심을 피하려 약 1년간 가족이 아닌 이들의 전화는 받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