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마침내 무대에 오른 ‘요덕 스토리’

  • 입력 2006년 3월 1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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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요덕 정치범수용소의 참혹한 인권 탄압을 소재로 한 뮤지컬 ‘요덕 스토리’가 온갖 방해를 뚫고 오늘 막이 오른다. 정부와 좌파세력은 북을 자극할 것이라며 공연에 제동을 걸어왔다. 그러나 탈북자 출신 연출자 정성산 씨 등 제작진은 굴복하지 않았고, 이들을 응원하는 국민도 적지 않아 우여곡절 끝에 뮤지컬이 완성됐다.

그제와 어제 이틀간 열린 프리뷰(preview)에서 800여명의 관객은 북의 인권 유린 묘사에 충격을 받았다. 수감자들을 즉결 처형하고, 성폭행하고, 함께 수감된 아들로 하여금 아버지를 구타케 하는 반(反)인륜적 장면에선 치를 떨었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많았다.

제작진은 그동안 큰 고초를 겪었다. 정부 관계자는 인권 유린에 대한 폭로 수위가 너무 높다며 내용 수정을 요구했다. 극장 측의 대관(貸館) 계약 취소와 투자자들의 투자 취소도 잇달았다. 제작진의 생명을 위협하는 협박 전화도 끊이지 않았다.

김일성을 숭배하고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하는 지식인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해 구속을 막은 정부가 북의 인권 실상을 알리려는 뮤지컬의 제작을 방해했으니, 이런 이율배반이 또 어디 있겠는가. 국가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반이성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러니까 이 정권과 일부 친(親)김정일 세력이 대한민국을 어디로 몰고 가려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들에게 ‘표현의 자유’란 북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허용되는 자유란 말인가. 북의 반인권에 대한 건전한 비판마저도 반민족적 행태라고 몰아붙이는 이들이 과연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한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 문제에 침묵하면서, 민족과 통일을 얘기하는 것은 위선(僞善)이자 북의 인권범죄에 대한 동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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