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아래와 위, 둘다 강렬했던 남자… ‘카사노바’ 10일 개봉

  • 입력 2006년 3월 2일 0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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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의 차가움과 뜨거움을 표현한 영화 ‘카사노바’에서는 1700년대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한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사진 제공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
카사노바의 차가움과 뜨거움을 표현한 영화 ‘카사노바’에서는 1700년대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한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사진 제공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
《영화 ‘카사노바’에 그려진 인간 카사노바는 단지 자유로운 성(性)과 쾌락을 탐닉했던 신화적인 호색한이 아니다. 물론 여자를 좋아하긴 하지만 다방면에 박식한 데다 당시로서는 금기인 자유로운 상상력의 소유자인 매력적인 현대적 남성으로 그려져 있다.》

‘개 같은 내 인생’ ‘길버트 그레이프’ ‘초콜릿’ 등을 통해 소외된 사람들의 일상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린 영화를 만들어 온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영화가 자칫 무거울 수도 있겠다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에 가까울 정도로 경쾌하고 희화적이다.

영화 속 카사노바(헤스 레저)는 법학박사에 외교관 군인 작가 철학자 등으로 활동했던 생전의 그의 삶에 어긋나지 않게 지적인 면과 애정 행각을 병치시켰다.

‘자유=권위에 대한 부정’이었던 시절에 카사노바가 위험인물로 낙인찍혀 주교에게 쫓기는 와중에 여성 작가 프란체스카 브루니의 사랑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게 기둥 줄거리다.

카사노바와의 사랑을 이뤄낸 여자는 다름 아닌, 1700년대에 있었을까 싶은 페미니스트 작가. 강한 의지와 뛰어난 지성의 소유자인 그녀는 18세기 인물이지만 현대여성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든 인물로 보인다.

신랄한 위트와 영리함, 고전적인 미모까지 갖춘 프란체스카는 여성 해방을 부르짖는 글을 쓰며 장안의 지가를 올리고 있는 ‘보이지 않는’ 작가.

우연한 기회에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된 카사노바는 프란체스카가 정략결혼의 희생자가 되는 것을 막고 그녀를 쟁취하기 위해 갖은 속임수와 허풍, 위선 행각을 벌인다. 사랑을 쫓는 카사노바의 가벼움과 카사노바의 가벼움을 거부하는 프란체스카의 무거움이 대비된다.

영화는 한마디로 ‘얄밉다’. 지극히 뻔한 결론과 전형적이고 단선적인 스토리 라인이지만 음악 의상 미술이 한데 어우러져 눈을 현혹시킨다. 특히 ‘센스, 센서빌리티’ ‘알렉산더’ ‘하워즈 엔드’에서 의상을 맡았던 디자이너 제니 비번이 선보인, 불타는 듯한 붉은색, 호박빛 노란색, 터키 블루 등 1700년대 베네치아 상류사회의 화려한 의상은 눈요깃감으로 충분하다.

게다가 배우들도 화려하다. 특히 카사노바 역을 맡은 헤스 레저는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주인공 에니스다. 이질적인 두 영화의 캐릭터를 완전히 소화해내는 그의 변신이 놀랍다. 카사노바의 연인 프란체스카는 주드 로의 연인이었던 시에나 밀러가 맡았다. 이외에 푸치 주교로 열연하는 제레미 아이언스와 프란체스카와 정략결혼하려는 거부 파프리찌오 역에 올리버 플랫, 프란체스카의 어머니 역에 레나 올린 등 명배우들이 감초로 등장한다.

카사노바의 진지한 철학이나 삶에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약간 실망할 듯. 하지만 주택가의 좁은 골목길, 아름다운 다리들, 해안의 절경과 배들이 떠 있는 운하 등 그저 두 시간 동안 편안한 마음으로 1700년대 아름다운 베네치아를 여행한다는 기분으로 관람하면 좋을 듯하다. 10일 개봉. 15세 이상.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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