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버시바우 주한 美대사부인 “작품속에 한국을 담겠어요”

  • 입력 2006년 2월 1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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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부인으로서의 바쁜 일정을 쪼개 금속공예가로 작품 활동을 병행해 온 주한 미국대사 부인 리사 버시바우 여사. 자신이 만든 독특한 형태의 ‘핸드백’을 들고 있다. 귀고리와 브로치도 버시바우 여사의 작품이다. 이훈구 기자
외교관 부인으로서의 바쁜 일정을 쪼개 금속공예가로 작품 활동을 병행해 온 주한 미국대사 부인 리사 버시바우 여사. 자신이 만든 독특한 형태의 ‘핸드백’을 들고 있다. 귀고리와 브로치도 버시바우 여사의 작품이다. 이훈구 기자
사람과 작품이 쌍둥이처럼 닮았다. 밝고 유쾌하다.

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만난 대사 부인 리사 버시바우(53·금속공예가 겸 보석디자이너) 여사와 그가 만든 공예품들이 그랬다.

군살 한 점 없이 호리호리한 몸매에 웨이브 없는 짧은 커트 머리, 빨강 뿔테 안경을 쓴 버시바우 여사는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동안(童顔)이었다. 그 얼굴에선 환한 웃음이 떠나지 않아 보는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드는 명랑함이 전해졌다. 관저 부속건물 작업실에서 만난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값비싼 보석이 아니라 알루미늄과 플라스틱 등 싸고 가벼운 재료를 기하학적 문양으로 잘라내 만든 작품들. 빨강, 초록, 파랑 등 화려한 원색과 잎사귀 디자인이 돋보였고 움직일 때마다 찰랑찰랑 소리를 내는 브로치와 목걸이에선 조형미와 청각적 즐거움이 느껴졌다.

지난해 10월 남편과 함께 한국에 온 버시바우 여사는 요즘 들어 작업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욱 길어졌다. 이달부터 잇따라 열리는 그룹전과 개인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기 때문이다.


“6월 1일부터 2주 동안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기로 했습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 개인전 초대를 받아 무척 기쁩니다. 이에 앞서 불우이웃돕기를 위한 ‘꿈을 담은 목걸이 100선’(15∼28일 서울옥션 강남점)에 다섯 점의 목걸이를 선보이고, 3월에는 한국공예가협회 주최 ‘손의 재탄생 공예전’(3월 3∼17일 선화랑)과 한미 작가들이 참여하는 ‘브리지’전(3월 1∼13일 인사아트센터) 등 단체전에도 참여합니다.”

버시바우 여사는 “하루빨리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고 싶어서 지금까지 받은 전시 요청을 죄다 수락했다”며 웃었다. ‘손의 재탄생 공예전’에선 작가별로 주제를 선택하는데 그는 ‘유머와 인간’을 골랐다. 평소 취향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내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발랄함(Cheerful)’이라고 할 수 있죠.”

6월이면 결혼 30주년을 맞는 그는 결혼 후 지금까지 런던, 브뤼셀, 모스크바 등 남편이 부임지를 옮겨 다닐 때마다 현지에서 전시회를 열어 호평을 받았다. 외교관 부인으로서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그가 단 한 번도 작업의 끈을 놓지 않은 이유는 뭘까.

“대사 부인으로서 남편을 돕는 일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동시에 예술은 언제나 나를 표현하는 훌륭한 방법이자 사람들을 만나는 좋은 통로가 되어 주었어요. 작품을 통해 사람들과 뭔가 나눌 수 있다면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미국에서 한국계 작가들과 알고는 지냈지만 한국은 물론 아시아는 처음이다. 한국인들은 친절하고 열린 마음을 가진 것 같다고 평하는 그에게 반미 감정을 피부로 느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반미 감정은 세계 어디서든 만날 수 있죠. 그러나 한국에서 불쾌한 경험을 한 적은 없습니다.”

모스크바에 주재하는 동안에는 러시아산 ‘호박’을 작품에 활용했다. 요즘엔 옥을 유심히 보고 있다. 몇 년 후 그의 작품 속에 한국의 소재나 전통이 어떻게 반영될지 궁금해진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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