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기’

  • 입력 2006년 1월 2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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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기/켄 윌버 지음·김재성 조옥경 옮김/565쪽·1만9000원·한언

《미국을 대표하는 트랜스퍼스널(transpersonal 자아초월) 심리학의 대가, 켄 윌버. 그는 아내 테리를 처음 만났을 때 두 사람이 여러 생을 거쳐 서로를 찾아왔다는 아주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들은 한눈에 서로의 분신임을 알아보았다. 윌버와 테리는 단 한번의 포옹만으로 깊은 결속을 느꼈고, 바로 결혼했다. 그러나 신혼여행이 채 끝나기도 전에 테리는 말기 유방암 판정을 받는다. 암세포는 폐와 뇌까지 깊숙이 전이되어 있었다. 5년 동안 아내의 눈물겨운 투병과정을 지켜보아야 했던 윌버. 그는 테리를 떠나 보낸 뒤 그녀가 남긴 일기를 읽으면서 이 책을 써 내려갔다.》

티베트 불교의 진지한 수행자인 그는 묻는다. 사람은 왜 병에 걸리는가? 영원은 존재하는가? 삶과 죽음, 병과 치유의 의미는 무엇인가?

서양의 심리학과 철학, 동양의 불교와 힌두교, 그리고 기독교 신비주의 사상을 아우르며 심리치료와 영성과의 관계, 건강과 치료의 본질에 대해 궁구(窮究)한다.

테리의 몸과 마음에는 언제라도 비를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검은 구름처럼 암이 지평선에 걸려 있었다. ‘암 환자들에게 삶은 언제나 말기(末期)였다.’

병에 걸린 사람들은 몸의 질환뿐 아니라 사회적인 편견과 핍박도 함께 떠안는다.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는 마치 도덕적 결함이 있는 것처럼 매도되곤 한다.

“왜 하필 나인가? 왜 나는 병에 걸렸나?”

“당신이 나쁜 짓을 했기 때문이야!”

“내가 나쁜 짓을 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지?”

“그것은 당신이 병에 걸렸기 때문이야!”

테리는 자주 흐느꼈다. “암의 원인이 환경이나 유전적 요인이 아니라 나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에 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스스로를 비난하게 돼요. 마치 내가 지금껏 굉장히 잘못 살아 온 것 같은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요….”

그러나 그녀는 시간이 흐르면서 열린 마음으로 고통과 두려움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몸 안의 병을 껴안았고, 그 두려움을 기꺼이 가슴속에 담았다. 병에 나 자신을 허용한다! 그리고 병을 용서한다! 그것은 숭고한 고결함이었다. 경이로움이었다.

테리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지금부터 암은 내 삶의 일부가 될 것이다. 나는 내 병을 삶의 어두운 벽장 안에 그냥 처박아 두지 않을 것이다. 나는 죽음을 더욱 가까이 보기 위해서,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서 암을 이용할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더 관대해지는 계기로 만들 것이다.”

윌버는 변함없이 테리의 곁을 지켰다. “켄(윌버)은 늘 새롭다. 나는 그를 완벽하게 신뢰한다. 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증거로, 그가 내 곁에 있다는 사실보다 더 명백한 것이 있을까?”

그리고 그녀는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사랑이라는 것은 붙드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놓아 버리는 것임을 배워 가고 있었다.

살기 위한 의지와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 그 둘 사이에 균형이 필요했다. 존재의 의미는 놓아 버리는 것, 신에게 맡기는 것, 받아들이는 것, 믿는 것, 용서하는 것이었다. ‘신이란 용서 안에 있는 사랑이다.’

그리고 테리가 마침내 육신의 옷을 벗어야 했을 때 그녀는 조화로움이 삶의 모든 면에 스며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영혼에는 사랑과 접촉하지 않은 빈 공간이 없었으며, 그녀의 마음에는 단 한 점의 어두운 그림자도 없었다.

테리는 비로소 자신이 있고 싶어 하는 곳, 그녀 스스로 편안하게 느끼는 곳에 머물렀다. 테리는 지혜로 무르익었다.

“숭고한 괴테는 아름다운 글귀를 남겼다. ‘잘 익은 것들은 모두 죽고 싶어 한다!’ 이것이야말로 그녀의 전 생애를 요약하는 말이었다….”

원제 ‘Grace and Grit’(2000년).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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