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48년 미얀마 영국서 독립

  • 입력 2006년 1월 4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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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다(불탑)의 나라’ 미얀마는 국토 전체가 탑의 밭이다. 번잡한 도시에서 한적한 시골, 깊은 동굴에까지 탑은 어디에나 있다. 전 인구의 85%가 불교신자. 역대 모든 왕과 귀족, 민중이 앞 다퉈 파고다를 세우는 데 힘을 쏟았다.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사원과 탑을 짓다 여러 왕국이 명멸했다.

수도 양곤 시내 한복판에 있는 슈웨다곤 탑은 국가의 상징이자 종교적 성지다. 높이가 99m에 달하고 7t가량의 황금으로 덮여 있다. 꼭대기는 5448개의 다이아몬드와 2317개의 루비로 장식돼 있고 그 한가운데엔 76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다.

슈웨다곤 탑의 전설은 25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상인 형제가 붓다를 만나 머리카락 8가닥을 받아 이곳에 가져왔는데 상자를 열자 머리카락에서 나온 광선이 천당과 지옥을 뚫었다. 그러자 장님이 눈을 뜨고 귀머거리가 귀가 틔고 히말라야의 모든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고 한다.

양곤은 1755년 최후의 버마족 왕국 콘바웅 왕조를 건설한 알라웅파야 왕이 미얀마를 통일한 뒤 수도로 정한 이래 250여 년간 미얀마 정치 행정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다. 양곤은 ‘적(敵)’과 ‘끝’을 뜻하는 단어의 합성어. ‘전쟁의 종식’을 의미한다.

미얀마가 1948년 1월 4일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에도 양곤은 독립국의 수도로서 폭동과 반란, 군사쿠데타로 이어지는 현대사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미얀마의 관문이기도 한 양곤은 세계적으로 가장 고립된 군사정부 아래 울창한 열대림으로 뒤덮인 미개발 도시로 머물러 있다.

앞으로 양곤은 수도로서의 지위마저 잃을 전망이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지난해 11월 수도를 양곤에서 북쪽으로 320km 떨어진 산악 정글지대인 핀마나로 갑자기 옮기기 시작했다.

외신들은 2003년 이라크전쟁을 지켜본 미얀마 군부가 “다음은 미얀마 차례”라며 지레 겁을 먹고 수도를 해안에 가까운 양곤 대신 국토 중앙의 깊숙한 산악지대로 옮기기로 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한편으론 군부 지도자들이 점술가들의 예언에 따라 새 도시를 건설하곤 했던 옛 미얀마 왕들을 흉내 내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모순의 나라 미얀마. ‘지상 불국토’ 건설의 꿈을 담은 파고다가 즐비하지만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인권지도자 아웅산 수치는 수년째 감금돼 있고 군사정부가 드리운 공포와 미신의 그늘만 너울대고 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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