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정류장’으로 돌아왔죠” 그룹 패닉 7년만에 새음반

  • 입력 2005년 12월 2일 00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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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패닉’의 이적(왼쪽)과 김진표.
그룹 ‘패닉’의 이적(왼쪽)과 김진표.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죠. 둘 다 어른이 된 것 같아요.”(이적)

“솔로 활동을 하면서도 무대에 형이 없어 외로웠어요. 이번 음반작업을 하면서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편안함이 너무 좋았어요.”(김진표)

1995년 “나는 왼손잡이야”를 외치며 무대를 뛰어다녔던 21세의 서울대생 이적(31)과 18세 래퍼 김진표(28). 2005년 나이 열 살씩을 더 먹은 후 접었던 손을 다시 폈다. 1998년 3집 ‘시 위딘’ 발표 이후 활동을 접었다가 8일 7년 만에 ‘패닉’으로 뭉쳐 4집 음반을 발표한다. 어느덧 서른 언저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을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양희은 선배님은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게 보인다’고 말씀하셨어요. 데뷔 때는 칼날도 서 있고 피도 부글부글 끓었는데 지금은 마음이 평온하다고 할까요.”(이적)

“음반을 만들면서 ‘예전만 못하다’라는 말을 들을까 부담도 많았어요. 확실한 건 무조건 ‘패닉’은 사회 비판적이어야 한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중요한 건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 2005년 현재의 우리 모습이 아닐까요.”(김진표)

데뷔 초 이들은 ‘불균형’하게 보였다. 발라드 곡 ‘달팽이’부터 로큰롤 곡 ‘UFO’까지 이들의 음악은 좀처럼 정의내릴 수 없었다. 그러나 ‘왼손잡이’ 등의 노래는 소수자의 생각을 반영했고 기성문화에 도전장을 던졌다.

음악평론가 강헌 씨는 “1990년대 중반 ‘패닉’은 엔터테이너적 요소와 아티스트적 요소를 갖춘 팀으로 상품화되기 어려운 화두를 기성세대에 던졌다”고 평가했다.

“예전처럼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비판하지 않았어요. 갈수록 사회가 다원화돼 비판할 거리도 다양해졌지만 우리는 대신 ‘정류장’ 등의 노래를 통해 희망, 분노 등 인간 내면의 모습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싶었답니다.”(이적)

타이틀 곡 ‘로시난테’는 돈키호테가 타고 다니던 말에 대한 노래다. 그의 무덤 주위를 돌며 그를 지킨다는 내용으로 난관에 부닥쳐도 용기를 잃지 말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사람들은 우리 음악을 파일로 듣거나 심지어 ‘패닉’을 구세대 취급 할 수도 있겠죠.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감동은 파일처럼 쪼개질 수 있지만 ‘패닉’의 음악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감수성 중 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입니다.”(이적)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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