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행랑치기 챔피언’ 바퀴벌레는 감각기관이 정보를 얻은 뒤 행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0.001초다. 1초에 25번이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류성호 교수는 “생체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빠른 동물일수록 행동을 재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어 오랫동안 살아남게 됐다”고 말했다. 생명체는 지구에 처음 등장한 이후 38억 년 동안 오직 생존하기 위해 빠르기 경쟁을 벌여온 셈이다.
과학자들은 우주가 빅뱅으로 탄생한 지 10-43초 이전의 일을 아직 설명하지 못한다. 10-43초가 현재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짧은 순간인 셈. 빅뱅 10-35초 후에는 우주가 부풀기 시작해 10-32초 후에 1030배로 뻥튀기됐다. 이것이 급팽창을 뜻하는 인플레이션 이론이다.
쿼크를 비롯해 지금까지 발견된 입자는 200개가 넘지만 이 중 1초 이상 존재하는 입자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나머지는 태어나는 그 순간 바로 사라져 버린다.
이 찰나의 순간에 입자들은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예를 들어 양성자와 중성자가 서로 변환될 때 방출하거나 흡수하는 파이중간자의 수명은 약 1억분의 1초다. 이 짧은 순간에 입자들은 서로 적인지 친구인지 정보를 교환하고 결합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과학동아 10월호는 우주, 물질, 생명 등 여러 분야에서 순간에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찰나의 과학을 특집기사로 소개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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