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아주 특별한 저녁 밥상’

  • 입력 2005년 6월 11일 0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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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저녁 밥상/윤순례 지음/236쪽·9000원·민음사

‘2005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생명의 잉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우리 사회의 욕망과 갈등,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통해 생명의 의미를 탐색한 소설이다.

주인공은 세 사람이다. 아내, 생식 능력이 없는 남편, 그리고 아내가 떠난 뒤 남편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꼽추 여성. 소설은 3막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이 각각의 막 속에서 1인칭 시점의 주인공 ‘나’로 등장한다.

○ 1막=나는 생식 능력이 없는 남편과 살고 있다. 몇 해 전 남해의 어느 섬에 있는 작은 절에서 우연히 만나 몸을 섞었던 사내를 떠올린다. 그리곤 남편을 버리고 그를 찾아 섬으로 떠난다. 나는 이미 남편에게 이 사내 이야기를 털어놓은 터였다. “아이를 하나 얻고 싶었다”면서.

○ 2막=아내는 발코니에 방울토마토를 심었다. 얼마 뒤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이상해. 똑같은 흙에, 똑같은 햇볕에, 똑같은 물을 주는데 왜 한 놈만 열매를 맺지 않는 거지.” 나도 소리쳤다. “토마토가 열리지 않으면 갖다 버리면 될 것 아냐.”

○ 3막=홀로 남게 된 남자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나의 주요 임무는 고양이를 돌보는 일. 어느 날 고양이가 도둑고양이의 씨를 품어 왔다. 남자의 어머니는 고양이에게 불임 수술을 시키겠다고 했다. 내게 이곳은 물이 없는 메마른 연못과 같다. 그래서 난 고양이를 안고 남해의 어느 섬으로 떠나기로 했다.

소설을 읽고 나면, 여인이 섬으로 떠나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설정이나 고양이의 임신을 비유적으로 등장시킨 것 등이 다소 신선하지 않다는 느낌이다. 기왕에 많이 사용했던 장치다. 어떻게 보면 전체적인 흐름이 현실적인 듯하면서도 현실적이지 않다.

하지만 현실 같으면서도 현실적이지 않은 상황이 오히려 읽는 이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생명의 잉태라는 것이 다분히 육체적 욕망 같기도 하고 인간 삶의 원동력 같기도 하다. 또 주인공들의 삶의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다. 소설의 주인공이 지극히 현실적일 필요도 없고, 작가가 일방적인 결론을 제시할 필요도 없다. “불모의 땅에서 탄생하는 새로운 생명에 대한 숭배이자 미래에 대한 희구를 탄탄하게 형상화했다”는 심사평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을 것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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