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프랑크푸르트 도서전 10월 19일 개막

  • 입력 2005년 5월 3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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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전시장에 자리잡을 구조물 ‘한국의 책 100’을 담을 ‘석림’ 가상도. 사진 제공 2005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주빈국 조직위
10월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전시장에 자리잡을 구조물 ‘한국의 책 100’을 담을 ‘석림’ 가상도. 사진 제공 2005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주빈국 조직위
《한국은 10월19일 개막되는 세계 최대의 도서전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의 주빈국(主賓國)이다. 그러나 채 반년도 안 남은 이 도서전의 주빈국 행사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도서전 개막 전 주력행사인 ‘한

국 문학 (독일) 순회 프로그램’이 독일 현지에서 거의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 개막 후 주빈국관을 빛낼 핵심 기획인 ‘한국의 책 100’의 해외번역 출간 역시 수준 미달이다. 이 도서전과 관련한 해외 행사의 두축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한국 문학 순회 프로그램=주빈국 조직위(총감독 황지우)는 문학도서들이 출판의 꽃이라고 보고 3∼6월, 9월에 걸쳐 한국 소설가와 시인 60여 명이 참여하는 독일 순회 낭독회를 기획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3월 고은 황석영 씨 등 손꼽히는 국내 문인 17명이 라이프치히 드레스덴 등을 순회한 낭독회의 경우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조직위에 따르면, 이 순회 낭독회에 관한 제대로 된 보도는 북독일방송(NDR)이 은희경 씨의 ‘새의 선물’을 소개한 게 전부였다. 나머지는 짤막한 예고 기사나 단신 수준이었다.

현기영 서영은 씨 등 14명의 문인이 쾰른, 본 등지를 순회한 4월 프로그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게네랄안차이거 본(GB) 지가 방현석 오수연 씨의 낭독회를 보도한 게 전부다.

우리 대표 작가들을 소개하는 구조물 ‘작가의 벽’

주빈국 조직위 측의 설명은 이렇다.

“이번 순회 프로그램은 10월 개막 이전에 우리가 주빈국임을 알리는 예열(豫熱) 과정이다. 한번 ‘번쩍’하지 않고 차분하게 한국 문학의 존재감을 ‘적셔가려고’ 한다. 실제 낭독회 현장의 청중들의 반응은 아주 좋았다. 데 테파우 등 독일의 손꼽히는 출판사들이 한국 문학 출간을 결정하거나 관심을 표명해왔다.”

그러나 순회 낭독회의 청중 규모는 대부분 수십∼100명 미만이었다. 주빈국 조직위는 독일 내 홍보를 위해 홍보대행사인 WBCO와 계약을 체결했지만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월 순회 낭독회에는 이미 2억원의 비용이 들었으며, 9월까지는 최소 1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책 100’ 해외 출간=지난해 3월 ‘한국의 책 100’이 선정됐으나 34종의 책은 아직도 해외에서 출간할 출판사를 찾지 못했다. 17종은 한국어판을 펴낸 국내 출판사가 외국어판까지 출간하기로 했다. 2종은 국내의 외국어 전문 출판사인 한림출판사에서 펴내기로 했다. 외국어 번역물을 국내 출판사에서 펴내는 것은 해외시장에서 유통돼야 한다는 외국어 번역 출판물의 역할을 사실상 포기한 것. 그나마 15종은 아직도 국내외 출판사를 섭외 중이다.

그러나 한국문학번역원은 이들 출판사에 대해서도 1000만 원 안팎의 출간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에 따라 ‘주빈국 행사를 위한 전시(展示) 출판’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66종은 해외 출판사가 정해졌지만 미국 하버드대학 출판부와 베이징 인민문학출판사 등 세계시장에 알려진 출판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나머지 출판사들은 인지도가 미미하거나 심지어 3류 출판사들도 있다는 것이 출판계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해외 번역 출간의 주무를 맡은 한국문학번역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3월 이후 1년 남짓 동안 아시아 문화에 호의적인 해외의 전문 출판사들을 섭외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한국의 책 100’은 명저 중심으로 뽑은 책이 아니다. 한국 문화에 대한 해외의 인지도가 낮은 상태에서 이 책들을 출판해줄 해외 메이저 출판사를 찾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지금 첫발을 떼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다.”

그러나 ‘한국의 책 100’은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주빈국관에서 중심 되는 자리에 전시된다. 이들 책이 외국 어느 출판사에서 출간됐는가도 주빈국관을 찾는 외국 출판인들에게 큰 관심을 끌 것이 분명하다.

문학과지성사의 김수영 주간은 “한국으로부터 출간 지원금까지 받아가며 책을 펴내는 해외 출판사들이 한국의 저자들에게 제대로 인세를 지급할지, 마케팅과 홍보를 제대로 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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