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판 백과사전 ‘임원경제지’ 한글번역

  • 입력 2004년 11월 15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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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송오현 최선외국어학원 원장, 김경희 지식산업사 사장, 한학자 정명현씨 -권재현기자
왼쪽부터 송오현 최선외국어학원 원장, 김경희 지식산업사 사장, 한학자 정명현씨 -권재현기자
젊은 학자들과 입시학원 원장이 뜻을 모아 조선 후기의 정치인이자 실학자인 서유구(徐有구·1764∼1845년)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를 한글로 번역 출간한다.

농업서적으로 알려진 임원경제지는 홍만선의 ‘산림경제’를 뼈대로 농축수산업, 원예, 식품, 염색, 기상, 지리, 의학, 건축, 음악, 서화 등 실생활과 관련한 지식을 백과사전 식으로 집대성한 책이다. 모두 113 권(오늘날 ‘장’의 개념) 52책에 이르는 이 책은 단일 서적이면서도 전체 분량은 정약용의 ‘여유당전서’에 필적한다. 한글로 번역할 경우 30∼40권 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광범위한 분야와 방대한 양으로 인해 국역전문기관인 민족문화추진회 등에서도 몇 차례 한글번역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이 책을 민간차원에서 번역하게 된 것은 태동고전연구소와 도올서원 등에서 한학을 공부한 정명현씨(35·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박사과정) 등 젊은 세대 학자 19명이 뜻을 같이하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입시학원 ‘최선외국어학원’을 운영 중인 송오현 원장(39)이 번역지원금을 쾌척한 덕분이다.

정씨는 “태동고전연구소 등에서 한학을 배운 사람들 중에는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다”면서 “이들과 힘을 합쳐서 우리 역사상 가장 방대한 지식을 가장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재원 마련을 걱정하다 한때 학원강사로 재직했던 최선외국어학원의 송 원장을 떠올렸다. 송 원장은 외국어학원을 운영하면서도 한국 전통사상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정씨의 간곡한 편지를 받은 송 원장은 그 자리에서 3억원의 번역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송원장은 “만만치 않은 일에 도전하려는 젊은 학자들의 뜻이 갸륵하고 평소 학원생들에게 선비정신과 상인정신의 조화를 강조해왔기에 지원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식산업사 김경희 사장이 최근 출판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김 사장은 “일본에서는 메이지 유신기에 이미 주요 한문서적이 일본어로 번역됐는데 한국은 아직도 국역사업이 끝나지 못해 항상 부끄럽게 생각했다”며 “젊은 학자들이 국가가 할 일을 대신 하겠다고 나서 너무도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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