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데이’ 열풍에 뭐하는 데이? 갸우뚱

  • 입력 2004년 10월 29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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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핼러윈’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핼러윈은 10월의 마지막 날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치르는 의식으로 미국 어린이들이 즐기는 대표적 축제.

국내에는 10여년 전 서울 강남의 일부 부유층 어린이들이 다니는 영어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영어권 국가의 문화를 익히게 한다는 취지에서 들여온 이후 점차 확대됐다.

최근엔 유치원생뿐 아니라 초중고교 학생들 사이에도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와 더불어 대표적 축제로 자리 잡았다. 호텔이나 클럽에서 핼러윈 파티를 즐기는 직장인도 많아졌다.

컴퓨터 관련 벤처회사에 다니는 김모씨(24·여)는 31일 서울의 모 호텔에서 열리는 핼러윈 파티에 동료들과 참석하기로 했다. 5만원이 넘는 입장료에 마녀로 분장하기 위해 빌린 옷과 가면 등의 비용을 합치면 10만원이 훌쩍 넘지만 이미 300장의 입장권이 다 팔린 상태.

서울의 특급호텔이나 홍익대 앞, 신촌, 명동 등지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핼러윈 파티의 입장권은 대부분 3, 4일 전에 다 팔렸다. 서울 강남의 한 호텔은 지난해 100명 규모로 치렀던 핼러윈 파티를 올해 300명 규모로 늘렸다.

핼러윈을 함께 즐기기 위한 온라인 모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다음’의 핼러윈 관련 카페는 70개에 이른다. 31일이 다가오면서 요즘엔 각 카페에 하루 평균 20∼30명이 신규 회원으로 가입해 파티 관련 정보를 나누고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유명한 축제로 자리 잡았을 정도. 해리포터 등 평소 좋아했던 캐릭터 주인공으로 변장하고 집집마다 다니며 과자나 사탕 등을 받는 이벤트여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일곱 살짜리 딸을 둔 이모씨(36·여·서울 영등포구 신길동)는 “강남에서나 하는 줄 알았던 핼러윈 파티를 딸이 다니는 작은 보습학원에서도 한다고 해 놀랐는데 파티에서 입힐 옷을 사러 온 엄마들로 옷가게가 꽉 찬 모습을 보고 더 놀랐다”고 말했다.

이러한 열풍에 힘입어 경기가 불황인데도 올해 핼러윈 관련 아이템 매출은 크게 늘었다.

이러한 핼러윈 열풍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관련 업체의 ‘장삿속’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보다 몇 년 빨리 핼러윈 문화를 받아들였던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유럽에서도 최근 핼러윈 파티에 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한양대 이재진(李在鎭·신문방송학) 교수는 “핼러윈을 영어교육이나 문화체험 측면에서 즐기는 것을 나쁘게 볼 수는 없지만 일부 어린이와 젊은이들은 핼러윈 축제의 유래나 의미도 모른 채 노는 것으로만 받아들이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핼러윈 이란▼

고대 켈트족이 매년 10월 31일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동물 등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에서 유래. 핼러윈 당일 저녁에는 유령 마귀 요정 등으로 가장(假裝)한 아이들이 집집마다 다니면서 ‘트릭 또는 트리트(Trick or Treat)’를 외치면 어른들이 사탕을 집어주기도 한다. 죽은 자들의 길을 밝혀 준다는 호박등(jack O'lantern)을 켜 두는 것이 대표적인 풍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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