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최용기]‘탈북자’용어 밝은 느낌으로 바꾸자

  • 입력 2004년 9월 21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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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기
무심코 쓰고 있는 ‘탈북자’란 말이 고향을 떠나온 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들은 탈북자라는 말을 버리고 스스로 ‘(북한) 이주민’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한다. 한때는 ‘귀순 용사’, ‘귀순 동포’, ‘귀순자’라고 해서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그들을 환영하고 따뜻하게 맞이한 적도 있었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이 ‘탈북자’란 용어는 법률상으로 ‘북한이탈주민’이다. 남한과 북한의 국어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은 ‘탈북자’와 ‘북한이탈주민’은 긍정적인 느낌보다는 부정적인 느낌을 주고 또한 발음도 쉽지 않다. 사회언어학적인 면에서도 ‘탈북’이나 ‘북한 이탈’이라는 용어는 밝은 느낌은 주지 않는다.

‘(북한) 이주민’ 용어 역시 적절치 않은 듯하다. 우선 ‘이주민’이라는 말이 국어사전에서는 ‘다른 곳으로 옮겨 가서 사는 사람, 또는 다른 지역에서 옮겨 와서 사는 사람’으로 설명하고 있어 너무 범위가 크고 넓다는 생각이다.

향후 남북이 통일되는 상황을 생각해 본다면 새로운 어휘를 만들 때에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탈북자’라는 용어도 그들이 자유를 찾아 북한을 떠나 대한민국의 품속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라면 ‘새살민’(‘새삶인’의 변이형), ‘새터민’(새로운 터전을 찾아온 사람), ‘(북한) 이향민’ 같은 말을 고려해 볼 만하다.

지금 통일부 누리집(인터넷사이트 www.unikorea.go.kr)에서는 전자 공청회를 열고 ‘탈북자’의 다듬은 말을 찾고 있다. 이번 기회에 그들의 마음에도 꼭 맞고 우리 국민 누구나 불러서 호감이 가는 새로운 말이 태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남북한의 통일을 위해 이런 작은 부분에까지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국제무대에도 알렸으면 좋겠다.

최용기 국립국어연구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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