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보물 수송작전…국립중앙박물관 유물 용산이전

  • 입력 2004년 3월 29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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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소장유물 중 가장 큰 ‘춘궁리 철조여래좌상’(보물 332호)을 1996년 옛 조선총독부 건물에서 경복궁 내 현재의 박물관으로 포장이사할 때의 모습. 덩치가 너무 커 건물 일부를 허문 뒤 옮겼다. 이번에도 그때와 비슷하게 벽을 부순 뒤 이전한다. 왼쪽은 수장품 중 최고가로 평가받는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상.      -동아일보 자료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유물 중 가장 큰 ‘춘궁리 철조여래좌상’(보물 332호)을 1996년 옛 조선총독부 건물에서 경복궁 내 현재의 박물관으로 포장이사할 때의 모습. 덩치가 너무 커 건물 일부를 허문 뒤 옮겼다. 이번에도 그때와 비슷하게 벽을 부순 뒤 이전한다. 왼쪽은 수장품 중 최고가로 평가받는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상. -동아일보 자료사진
국립중앙박물관이 서울 용산의 새 건물로 옮겨가는 작업이 4월 19일 시작된다. 이날 석재품(石材品) 이전을 시작으로 총 10만여점의 박물관 수장품이 경복궁 내 현 건물에서 용산 새 박물관으로 옮겨진다. 12월 말까지 8개월여에 걸쳐 펼쳐지는 이번 이전 작업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보물 수송작전으로 평가된다.

●벽 뜯고 철불좌상 이송

중앙박물관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수송계획을 세웠다. 이번 작전에 동원되는 수송차량은 5t 크기의 무진동 탑차로 연 490여대가 동원된다. 이동 거리는 현 경복궁 내 건물에서 용산 새 박물관까지 9.5km. 이동 시간은 30분 안팎. 보안을 위해 박물관 직원이 트럭마다 동승하고 경찰이 수송 트럭 앞뒤에 따라붙어 특별경호를 펼친다. 탑차는 일반 트럭보다 높기 때문에 육교 등 이동 과정상 장애물을 고려해 안전한 노선을 골랐다. 보안을 위해 이동시간대도 매일 바꿀 계획이다.

초기에는 먼저 현 박물관 수장고에 있는 9만300여점의 수장품을 이전하고 6300여점의 전시품은 박물관이 휴관에 들어가는 10월 중순 이후에야 옮길 계획이다.

이전되는 수장품 중 가장 큰 유물은 경기 광주시 춘궁리 철조여래좌상(보물 332호). 고려시대 철불(鐵佛)인 이 좌상은 높이가 2.8m, 무게가 6.2t이나 된다. 두 번째 ‘큰 덩치’ 역시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철조여래좌상으로 높이 2.65m, 무게 3.2t이다.

지하 수장고에 있는 이 헤비급 유물들은 현 박물관 건물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등으로는 운송이 어려워 특별한 날을 잡아 독특한 방법으로 옮겨진다. 5월 중 가장 화창한 날을 택해 경복궁 내 박물관 동쪽 벽면의 땅을 파내고 가로 세로 3m의 벽면을 통째로 허물어낸 뒤 특수차량을 이용해 들어내는 것. 날씨를 고려한 것은 빗물이 흘러들 경우 자칫 다른 수장품이 훼손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용산 박물관에는 18t 중량의 물건을 운반할 수 있는 리프트 시설이 있기 때문에 벽면을 허무는 대공사를 치를 필요가 없다.

●이사보험료 20억원

중앙박물관은 이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20억원 안팎의 수송보험에 가입한다. 해외전시 때 전시품별로 보험을 드는 경우는 있지만 전체 수장품에 대해 보험을 들기는 처음이다.

박물관 수장품 중 최고가로 평가받는 국보 78호와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상 등 국보와 보물, 중요민속자료 등 396점은 개별 보험에 들고 나머지 수장품은 일괄보험에 든다.

국보 83호인 금동미륵보살반가상은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 문화교류전에 전시될 당시 보험평가액이 5000만달러(당시 400억원)였다.

이건무 중앙박물관장은 “박물관으로서는 국보급 불상이든 작은 귀고리든 귀하기는 마찬가지”라며 “보안은 철저히 지키되 국민의 높은 관심을 감안해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용산 새 박물관의 건설공정은 3월말 현재 90% 정도다. 경복궁 국립박물관은 이사를 위해 10월 휴관하며 용산박물관은 1년 뒤인 2005년 10월에 개관할 예정이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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