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드글라스의 명인’ 성베네딕토 수도원 조 플라치도 수사

  • 입력 2003년 10월 9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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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플라치도 수사가 스테인드글라스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서정보기자
조 플라치도 수사가 스테인드글라스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서정보기자
검은 수도복 대신 평상복을 입은 조 플라치도(조종운·60) 수사는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와 다를 바 없다.

그는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성베네딕도 수도원의 수사로 20년 동안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들어온 장인(匠人). ‘일터’에서 그는 기도시간에 시편과 그레고리안 성가를 읊조리던 성직자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성베네딕도 수도원의 수사 70여명은 각각의 일이 있다. 목공 금속공예 스테인드글라스 등 묵직한 일감부터 소시지 와인을 만드는 일도 있다. 이를 팔아 수도원 운영비로 충당한다.

플라치도 수사는 독일에서 인쇄그래픽을 공부한 경력 덕분에 스테인드글라스를 맡고 있다.

“20여년 하다 보니 빛과 색깔에 매우 민감해졌죠. 보통 사람들은 똑같은 색으로 볼지 몰라도 저는 그 속에서 4가지 색을 구별해냅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빛의 각도와 방향에 따라, 위치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그래서 성당 현지를 직접 답사하고 빛을 조사하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공정이다.

스테인드글라스에 사용하는 유리는 모두 독일에서 수입한다. 스테인드글라스는 30∼50cm의 판에 유리를 붙이고 납으로 이어준 뒤 섭씨 640도의 화로에 굽는다. 모든 공정이 수작업이어서 1년에 5개 성당밖에 납품하지 못한다.

그는 개인적인 이야기는 극히 아꼈다. 오전 5시에 일어나 하루 다섯 번 기도하고 8시간 노동하는 것이 그의 일과.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지만 그의 얼굴엔 평온이 깃들어 있다.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항상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기도와 노동으로 조금이나마 예수님께 다가서려고 하는 것뿐이지요.”

칠곡=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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