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새재]옛길의 ‘자연미’ 정돈된 ‘인공미’

  • 입력 2003년 9월 10일 14시 19분


코멘트
제1관문 ‘주흘관’. 제1관문 앞에는 너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제1관문 ‘주흘관’. 제1관문 앞에는 너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조선시대 영남과 한양을 잇던 영남대로. 이중에서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들다’는 고개, 문경새재에는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향하던 선비들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KBS드라마 세트장이 들어서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진 문경새재는 ‘옛길의 자연스러움’과 ‘정돈된 인공미’를 동시에 자랑한다.

주차장을 가득 메운 자동차와 ‘원조’를 내세우는 음식점들의 요란한 간판. 문경새재 초입에서는 전혀 예스러움을 느낄 수 없다. 그러나 제1관문, 주흘관에 들어서면 21세기 문경의 모습이 사라지면서 수백년 역사를 지닌 옛길의 풍모가 수줍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우거진 숲은 따가운 햇살을 가린 채 활력을 담은 향기를 뿜어낸다. 계곡을 타고 힘차게 흐르는 물줄기 소리는 병풍처럼 둘러싼 산자락의 고요함과 완벽하게 협연한다. KBS 드라마 ‘무인시대’의 세트장을 벗어난 뒤 신발을 벗어 들고 고운 흙길 위에 맨발을 내딛는다. 발가락을 간지럽히는 흙의 감촉이 온몸으로 전해져 온다.

제1관문을 지나며 만나는 반가운 공간은 조령원터. 길을 지나는 나그네들이 쉬어 가는 ‘여관’ 역할을 했던 곳이다. 지금은 돌담만이 남은 그곳에 드라마 세트장이 자리잡았다. 아무도 살지 않는 주막과 건립 연대를 알 수 없는 ‘산불됴심비’를 지나면, 충주 사람 신충원이 축조했다는 제2관문 조곡관이 나온다. 특히 제2관문을 지나면 민중의 한이 서린 역사가 곳곳에 스며 있다. ‘문경새재 아리랑비’와 임진왜란 당시 신립 장군이 농민군 제2진을 설치했던 ‘이진터’에 이르면, 가슴 한구석이 숙연해진다.

제3관문 조령관까지 가는 길은 보다 가파르다. 쭉 뻗은 잘생긴 전나무가 나그네의 길동무가 되어준다. 조령관을 지나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의 경계를 밟으면서 3 시간에 걸친 옛길 여행은 끝이 난다. 한양에 한 걸음 가까워진 나그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훔친다.

■ 글·이남희 기자/ 사진·조영철 기자

◈ Tips

- 교통: 문경새재를 찾아가는 데는 기차보다 고속버스가 편리하다. 점촌에서 시외버스로 40분.

- 숙박·먹을거리: 문경시내에 있는 문경관광호텔(054-571-8001)이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하고, 영양가마솥밥을 전문으로 하는 새재 이화정(054-571-8553)의 음식이 입맛을 돋운다.

- 볼거리: 문경관광사격장, 문경활공랜드, 불정자연휴양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