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作 '해변의 카프카' 국내 출간

  • 입력 2003년 7월 20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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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두꺼운 독자층을 갖고 있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54)의 장편소설 ‘해변의 카프카’(전2권·문학사상사)가 이번 주에 번역 출간된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9월 중순 발간된 뒤 2주일 만에 60만부를 돌파한 작품이다.

이번 소설에서는 두 개의 이야기가 1인칭과 3인칭으로 번갈아 서술된다.

15세를 맞는 생일에 소년은 야간버스를 타고 집을 나간다. 다카마쓰(高松)에서 ‘오랫동안 찾아 헤맸던 장소’처럼 느껴지는 사립도서관을 발견하는 소년. 그는 매일 도서관을 찾아간다. 8일째 되는 날 밤, 갑자기 의식을 잃은 소년은 신사의 경내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다가 정신을 차린다.

한편 도쿄(東京) 나카노구에서 고양이 찾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노인 나카타는 어느 날, 모자를 쓰고 장화를 신은 기묘한 남자를 만난다. 노인은 뭔가에 홀린 듯 서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폭력과 상실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골짜기를 빠져나와 세계와 세계를 잇는 장소를 찾아서….

인터넷서점 ‘아마존 일본’(www.amazon.jp)은 이번 소설에 대해 “아이의 꿈과 어른들이 만들어 낸 현실의 틈에서 방황하며 성장해 가는 소년을 형상화했다”고 평했다. ‘해변의 카프카’는 다원적인 은유와 중층적인 구조로 인해 독자들에게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이 소설을 펴낸 일본의 신초샤(新潮社)는 한시적으로 ‘해변의 카프카’ 웹사이트를 개설해 작가와 독자가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 이탈리아 캐나다 등지에서 청소년부터 70대까지 다양한 독자들이 질문과 의견을 보내왔다. 무라카미가 직접 응답해 준 e메일은 모두 1200여통. 그는 올 6월 이 편지들을 모아 500여쪽에 이르는 단행본(제목 ‘소년 카프카’)으로 출간했고, 자신의 입으로 새 소설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왜 주인공이 15세 소년인가.

“15세 소년은 어린이의 끝이며 어른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인간의 가장 순수하고 변형이 안된 원형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사회악에 쉽게 물들 수 있고 그지없이 선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무한의 가능성을 지닌 소년. 보통 소년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터프한 소년이며, 내가 15세 때 밤을 새워 읽던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 같은 소설을 탐독하는 그런 소년이다.”

―이 소설을 끝내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

“이번 소설을 쓰면서 내가 만들어낸 세계에서 내가 창조한 인물들이 무척 선명하게 움직여 줬다고 생각한다. 소설가로서 궁극적으로 쓰고 싶은 것은 ‘종합소설’이다. 그 정의는 쉽지 않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그런 예다. 여러 인물이 나오고 각각의 이야기를 지녀서, 그것이 복합적으로 서로 뒤얽히고 발열하고 새로운 가치가 생겨나는. 독자는 그것을 동시에 목격한다.”

지금까지 국내에 무라카미의 책은 장편소설 10편을 비롯해 8권의 단편집과 20여권의 에세이와 논픽션이 소개됐다. 번역가 김난주씨는 무라카미 문학이 꾸준히 인기를 모으는 이유에 대해 “상상력을 조직하고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남다른 힘이 있다. 그 안에 ‘찾아내기(seek and find)’라는 테마를 변함없이 심어 놓는다. ‘상실감의 회복’을 주제로 삼으면서도 전체적으로 유머를 잃지 않는데 그 유머는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닌, 페이소스가 깃들어 있는 웃음이다”라고 말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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