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욱 새 소설집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 입력 2003년 5월 14일 18시 25분


코멘트
새 소설집을 통해 인터넷 세대의 쓸쓸한 내면을 그린 소설가 김경욱씨. -사진제공 문학과지성사
새 소설집을 통해 인터넷 세대의 쓸쓸한 내면을 그린 소설가 김경욱씨. -사진제공 문학과지성사
소설집 ‘바그다드 카페에는 카페가 없다’ 등에서 영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글쓰기로 주목을 받아온 김경욱(32)의 새 소설집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문학과지성사)가 최근 출간됐다. 건조하게 그려진 죽음을 특징으로 하는 김경욱의 소설은 김영하 백민석 등 여느 90년대 작가들의 세계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평단의 관심을 모았다.

1993년 중편 ‘아웃사이더’로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그는 지금까지 장편소설 ‘아크로폴리스’ ‘모리슨호텔’ ‘황금사과’ 등을 발표했다. 김경욱은 지난해 울산대 국문학과 교수로 임용돼 ‘소설 창작론’을 강의하고 있다.

이번 소설집에는 죽음의 이미지가 가득하다. ‘토니와 사이다’의 화자는 자살 도우미이며 ‘만리장성 너머 붉은 여인숙’에는 강간 영아유기 살해 인육(人肉)이 심상하게 드러난다.

“죽음의 의미도 바뀝니다. 소설 속에 나오는 죽음은 개체의 생물학적 죽음이라기보다 생산을 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죽음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소비를 하지 못하는 것이 곧 죽음이 아닌가요. 신용불량자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죽음을 맞는 것과 같은 맥락이죠.”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제대로 된 이름이 없다. 알파벳으로 표기된 이니셜 또는 ‘박’ ‘김모’거나 ‘목욕탕 정씨’ ‘붉은 원숭이’ 등으로 일컬어지는데, 소설의 황량함을 증폭시킨다.

“고유명사는 더 이상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하거나 담보해내지 못합니다. 신용카드를 사용한 뒤의 서명조차 그저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기호죠. 자본주의의 측면에서 개인의 정체성은 의미가 없습니다. 아바타는 가상의 존재이지만 인터넷이라는 또 다른 세계에서는 ‘나’를 대체합니다. 그곳에서 자판을 두드리는 ‘나’는 중요하지 않죠.”

그에게는 ‘영상 세대의 영화적 상상력’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특성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들은 영화라는 문법이 점점 더 내면화되는 것이 아닌가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나는 이제 예전만큼 영화와 밀착돼 있지 않고 글도 바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