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할아버지가 좋아요’ 저자 김진락-삽화가 송영방 대담

  • 입력 2003년 3월 11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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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난 할아버지가 좋아요'의 저자 김진략씨(오른쪽)와 송영방 교수.김미옥기자 salt@donga.com
어린이책 '난 할아버지가 좋아요'의 저자 김진략씨(오른쪽)와 송영방 교수.
김미옥기자 salt@donga.com
최근 선보인 ㈜한국슈타이너의 테마동화전집 ‘슈타이너 테마동화’(전 50권)에는 국내 창작동화로 ‘난 할아버지가 좋아요’가 유일하게 들어가 있다. 동화책 기획자인 김진락씨(45)가 글을 쓰고 화가 송영방씨(67·동국대 명예교수)가 삽화를 그린 이 책은 동화책에서 다루기 힘든 ‘세대차’를 주제로 삼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세대차’가 느껴지는 송씨와 김씨가 만나 ‘동화책과 삽화’를 주제로 대화했다.

▽김=동화책이 아름다운 것을 아이들에게 들려줘야 하지만 현실의 문제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생님의 어린이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알고 있는 터라 삽화를 그려주십사 간청했지요.

▽송=글을 읽어보니 재미가 있어 흔쾌히 승낙했지요. 우리 세대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그렇습니다. 이 책은 아이의 시선에 비친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할머니를 떠나 보내고 혼자 시골을 지키던 할아버지가 아이의 집에 와 겪는 일을 통해 세대간의 이질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송=그러나 이러한 세대차를 넘어선 애정의 끈 역시 간과할 수 없지요.

▽김=요즘 삽화 중에는 인체 등에 대한 표현이 미흡한 것이 많아요. 깊이가 없는 그림이 수두룩하다는 것이지요.

▽송=미술대학에 다닐 때부터 등록금을 벌기 위해 삽화를 그렸습니다. 삽화가 신동우씨의 권유였어요. 그러나 순수미술가들이 삽화 그리는 일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중이 잘 알아볼 수 없는 것이 최고인 양 생각하지요. 무시당해 실의에 빠진 적도 있으나 삽화를 그리며 순수미술을 같이 공부했습니다.

▽김=선생님께서는 교과서에 삽화를 많이 그려 아직도 그 그림들이 제 머리속에서 생생합니다.

▽송=세계적 화가인 피카소도 장 콕토의 시집에 삽화를 그렸습니다. 순수미술가들도 적극 삽화를 그림으로써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운 심성을 길러주는데 일조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동감입니다. 삽화를 보통 글에 수반되는 그림으로 인식하는데 저는 글은 글대로 내용을 전하고 삽화는 독립적 언어로서 기능하는 공생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난 할아버지가 좋아요’에서도 책 앞뒤면에 그림만으로 책 앞뒤 상황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삽화가’란 용어도 일러스트레이터가 돼야할 것입니다.

▽송=일러스트레이션에서 소묘라는 것은 ‘형태를 구하되 형태를 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마음으로 새겨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지요. 그러나 모방부터 시작하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있어 안타깝습니다.

▽김=해외 도서전에 가보면 번역작업을 거쳐야 하는 글과 달리 일러스트레이션은 금방 문화의 수준을 드러냅니다. 한마디로 독창적 표현이 없어 국제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점이 아쉽습니다.

▽송=그래도 일러스트레이션에 눈을 돌리는 젊은 화가들이 늘고 있습니다. 반가운 일이지요. 머지 않아 세계적 일러스트레이터가 등장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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