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산 휴대전화 알고보니 中古”

  • 입력 2003년 3월 5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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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휴대전화를 새로 구입한 회사원 전모씨(24·여·경기 안양시 평촌동)는 휴대전화 단말기에 모르는 사람들의 연락처가 입력돼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이유는 판매점측이 다른 고객이 사용하다 반납한 휴대전화를 새것처럼 포장해 다시 팔았기 때문이었다.

전씨는 판매점측에 “중고품을 새것으로 둔갑시켜 팔 수 있느냐”고 항의했으나 판매점 직원은 처음에 “신용불량 등의 이유로 휴대전화를 반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얼마 사용하지 않은 것이니 그냥 쓰라”며 교환을 거부했다. 전씨가 계속 항의하자 판매점측은 마지못해 환불을 해주었다.

올해 1월 구입한 새 휴대전화에 지난해 12월의 통화기록이 남아 있어 소비자보호원에 신고한 김모씨(27·여)는 “제품의 이상 여부를 떠나 속아서 샀다는 것이 매우 불쾌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객이 사용하다 반품한 중고 휴대전화가 새것처럼 판매되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서울 시내 이동통신회사 대리점 및 판매점 15곳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14개 매장에서 반품에 이상이 없을 경우 그대로 판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고 제품이 새것처럼 판매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반품된 휴대전화를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 가입자 확보를 위해 치열한 고객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판매점에서는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제품의 디자인에 불만이 있거나 신용불량 등 개인 사정이 있는 사람의 경우 반품을 허용해주고 있다.

하지만 단말기 유통업체나 제조업체는 기기결함 이외에는 반품을 거부하고 있어 반품을 스스로 처리해야 하는 일부 판매업자들은 겉모양이나 제품 성능에 큰 흠이 없으면 새것으로 포장해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SK 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기기결함이 없는데도 반납되는 휴대전화까지 수거해 중고품으로 판매하게 되면 개당 수십만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판매점이나 대리점들이 고객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거나 가격을 내리지 않고 정가대로 파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관련 기관의 해석이다.

소비자보호원 이동통신담당 손영호 팀장은 “잠시라도 고객의 소유가 됐던 물건이라면 중고품”이라며 “중고품을 새것으로 위장해 파는 것은 엄연한 계약위반”이라고 지적했다.

SK 글로벌 종로 직영점 송은진 점장은 “휴대전화를 사서 처음 단말기를 켰을 때 새것은 화면에서 ‘수신불능지역’이 표시되지만, 한 번 사용한 단말기는 수신 가능지역으로 나온다”며 “번호를 입력할 때 매장 직원에게 맡기지 말고 반드시 자기 손으로 켜서 확인한 후 넘겨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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