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産王대회 남아선호 부추긴다…정부, 지자체에 자제 권고

  • 입력 2003년 2월 17일 22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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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출산 장려를 위해 열고 있는 다산왕(多産王) 선발대회 등 각종 행사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1.3명 수준이어서 출산 장려가 필요하긴 하지만 무조건적인 다산 장려는 남아 선호를 부추겨 오히려 부작용을 나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7일 복지부에 따르면 지자체들은 인구 감소 현상이 심각해지자 아기를 낳은 가정에 수십만원어치의 육아용품과 현금까지 지원하고 있다. 광주 북구청은 이달 초 ‘2003년 다산왕 선발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대회에서 7녀1남 또는 6녀1남의 자녀를 둔 가정이 1∼3위를 차지했다.

복지부는 이런 형태의 다산 장려는 정부의 출산장려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전국 16개 시도에 공문을 보내 남아 선호를 부추기고 양성 평등을 저해하는 행사를 자제해 주도록 당부했다.

한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복지부 관계자, 전문가 등이 17일 저출산 문제와 정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가진 정책간담회에서는 출산장려 정책에 대한 찬반 양론이 활발히 제기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金勝權) 연구원은 “최근 인구 감소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인구구조도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며 “출산장려 정책은 인구를 늘리자는 것이 아니고 이런 변화 속도를 늦추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보건대학원 이시백(李時伯·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 회장) 교수는 “노동인력의 부족 때문에 출산을 장려해서는 안 되며 한국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국가에서 이런 정책을 조급하게 도입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1960년대 이후 시행해 온 인구증가 억제정책을 96년부터 공식 중단했으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영구 피임수술 지원(연간 2500여명)을 올해부터 완전히 없앴다.

송상근기자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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