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간 국새 때문에 나라 어수선”

  • 입력 2003년 2월 17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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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국새(國璽·국가의 도장) 때문에 나라가 어수선하다. 국새를 바꿔야 한다.”

“국새엔 아무 이상이 없다. 국새의 결함 운운은 억지 주장이다.”

최근 민족혼뿌리내리기시민연합(공동대표 유준기·劉準基 총신대 교수, 김선풍·金善豊 중앙대 교수 등)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국새 교체를 건의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의 국새는 1999년 제작된 것으로, 황제를 상징하는 봉황으로 손잡이를 장식했고 ‘대한민국’ 네 글자를 훈민정음체로 새겼다. 재질은 금 은 등의 합금이고 크기는 가로 10.1㎝, 세로10.1㎝, 높이 10㎝.

시민연합이 제시한 국새 교체 이유는 내부에 균열이 있다는 것과 손잡이의 두 마리로 된 봉황 장식물이 분열을 상징한다는 것 등이다.

이 단체는 “1999년 국새를 제작할 때 손잡이 안쪽에 미세한 균열이 생겨 금으로 땜질을 했다”면서 “균열된 국새를 사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손잡이에 장식된 몸통 하나, 머리 둘의 봉황은 두 명의 지도자와 분열을 상징한다. 이는 ‘몸체 하나에 머리 하나’라는 국새의 원칙을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새 제작에 참여했던 조각가 김영원(金永元) 홍익대 교수는 “머리카락 굵기의 미세한 균열은 주조 과정에서 으레 발생하는 것으로, 제작 당시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쳐 문제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명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 “봉황은 두 마리를 제작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몸통 하나에 머리 둘이라고 주장하지만 두 마리를 붙여 만들었기 때문에 몸통도 둘, 머리도 둘”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시민연합은 내부 균열과 관련해 “모든 주조 과정에서 균열이 발생한다면 조선시대 국새를 모두 X선으로 투시해 그것들도 과연 금이 갔는지 확인해보자”고 주장했다.

한편 국새를 관리하고 있는 행정자치부의 한 관계자는 “제작 당시에 인장 조각 주조 미술사 역사학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 40명의 고증을 거쳤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나 전통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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